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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류학자 May 16. 2023

입학시험 (1)

이라 읽고 고통이라 해석한다.

대학원생은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하고 학술지에 투고하기도 한다. 학술지 투고 후에 나오는 것이 바로 “논문”이다. 논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흔히 논문이라고 하는 것은 방금 말한 학술지를 통해 출판되는 것을 말한다.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형식에 맞춰 작성하여 투고하면 해당 학술지의 편집위원장 (chief editor)과 편집위원 (editor)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이 단계에서 거절당할 수도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다음 단계는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이다. 편집위원은 제출된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혹은 관련성 있는 과학자들에게 해당 연구의 평가를 요청한다. 이러한 평가를 하는 동료과학자들을 리뷰어 (reviewer)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2명에서 많으면 5명 정도가 평가에 참여하게 되며 여기서 많은 격려, 조언, 그리고 비판이 나온다. 이 단계에서 바로 수락되어 논문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만약 리뷰어들이 아직 논문이 되기에 문제가 많다고 의견을 전달한다면 편집위원들이 논문 출판을 거절하기도 한다. 거절할 수준이 아니라면 리뷰어의 조언에 맞추어 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평가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굴곡의 시간을 지나 리뷰어들과 편집위원의 동의를 얻어내면 학술지를 통해 논문으로 발표된다. 그렇기에 분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생태와 진화 쪽은 수개월에서 길면 1년이 꼬박 소요되기도 한다.

  학위논문은 논문과 다르다. 중요한 차이는 위에서 말한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를 학위논문에서는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의 정확성과 분석 결과의 정밀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 학문에 종사하는 경우 3개에서 5개의 연구를 진행하며 그 연구 결과를 각각 논문으로 발표하고 해당 연구들을 엮어서 박사학위논문에 사용하게 된다. 학위논문에 대한 평가는 학위발표와 함께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석사의 경우 발표를 1회 진행하고 박사의 경우 3회 진행하며 발표에서는 자신이 진행한 연구의 타당성을 심사위원들 (교수님 혹은 이에 버금가는 경력을 가진 박사급 연구자)로부터 방어해야 하며 과학적 의미를 인정받아야 한다. 심사위원의 수는 석사의 경우 3명, 박사 발표의 경우 5명이 일반적이다.

  지도교수님께서 내어준 입학시험은 갖고 있는 팔색조 자료를 분석하여 학술지에 제출하는 논문의 형태로 완성해오라는 것이었다. 소위 “논문”의 “논”자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무척이나 막막했다.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교수님께서 이전에 발표된 팔색조를 연구한 논문을 따라 해보라는 힌트를 주셨다. 다양한 연구 중 나와 그나마 관련성이 높은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연구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 연구방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연구방법에는 관찰,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 등이 있다. 가설에 따라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새의 검은색 날개에 위치한 하얀색 부분이 암컷을 유혹하는 데 사용된다는 가설을 평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편하게 “수컷 하얀 털”가설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겠다. 관찰을 한다면 많은 수의 수컷을 하나하나 잡아 날개의 하얀색 부분의 면적을 계산하고 이들의 짝짓기 성공률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숫자의 새를 관찰해야 하며 중간에 새가 죽거나 사라지는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단순히 말해서 이 가설을 관찰 기반의 자료로만 평가한다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증하고 싶은 가설이 만약 “새끼들이 커가면서 부모가 식단의 비율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관찰 자료만이 이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장점은 짧은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특정 종의 개체군에서 1000세대 뒤의 모습을 예측하거나, 기후변화가 이들의 분포에 100년 동안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위에 언급한 “수컷 하얀 털”가설을 평가하려면 이미 사전에 진행된 연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자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수 있다. 최대한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게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도 있지만 100% 재현은 아직은 불가능하다.

  “수컷 하얀 털”가설을 평가하기에는 실험이 적합하다. 나보고 수행하라고 한다면 수컷들을 잡아 절반은 하얀색 부분을 검은색 페인트로 칠하고 다른 절반은 새들에게 페인트 냄새나 스트레스 효과 등을 보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명한 페인트로 칠한 다음 암컷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다. 수컷의 하얀 털 부분만 변화를 주고 나머지 모든 상항을 실험적으로 통제한다면 변화를 준 집단과 주지 않은 집단에서 나타난 차이는 수컷의 하얀 깃털 부분이 기여한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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