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이렇게 살겠습니다
9월은 한 여름의 무더위도, 쏟아지던 빗줄기도 시간의 흐름에 물러서며 한결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이 다가오는 달입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바람이 가을이 왔다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한가위 명절이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이때쯤에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시나 수필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농사를 위해 지은 “농가월령가”입니다.
추석 무렵의 가사 일부를 현대어로 옮겨 적어봅니다.
“팔월이라 중추가 되니 백로 추분이 있는 절기로다. 북두칠성의 국자 모양의 자루가 돌아 서쪽을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기운은 가을의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가 끼고 밤이면 이슬이 내려, 온갖 곡식을 여물게 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니, 들 구경을 돌아보니 힘들여 일한 공이 나타나는구나. 온갖 곡식의 이삭이 나오고 곡식의 알이 들어 고개를 숙여, 서풍에 익는 빛은 누런 구름이 이는 듯하다.
눈 같이 휜 목화송이, 산호같이 아름다운 고추열매, 지붕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맑고 밝다. 안팎의 마당을 닦아 놓고 발채와 옹구를 마련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과 콩가지도 담고, 나무꾼들 돌아올 때 머루 다래와 같은 산과일도 따오리라. 뒷동산의 밤과 대추에 아이들은 신이 난다. 알밤을 모아 말려서 필요한때에 쓸 수 있게 하소.”
우리는 농가월령가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내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있지만 나는 도시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내 동생은 기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야 하는 생명의 존재로서 땀 흘리고 있습니다. 땅을 경작하든,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든, 기계를 다루든 형태만 다를 뿐입니다. 다른 모양의 논과 밭에서 일을 하고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농가월령가를 읽지 않고 그려봅니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귀뚜라미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곡식이 흔들리는 소리, 아이들이 신나서 떠드는 소리.
이런 9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와 다른 삶의 모습이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그 어떤 것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의 가을이 풍족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9월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