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golden age May 23. 2023

Museum Voorlinden

네덜란드: adventureplayground

헤이그 (weassenaar) Museum Voorlinden  (20221229)


wassenaar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지도로 보면 행정구역이 다른 지도 못 느낄 만큼 헤이그와 도심에서 가까운 곳이다. 미술관의 북쪽으로는 바닷가도 가까워서 계절이 좋을 때는 바닷가까지 산책이 가능할 거 같다. 미술관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소와 말 등의 동물들이 초원에서 거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지어진 나지막한 건물로 들어가면서 일단 기분이 편안한 상태로 작품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저절로 되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너무 놀라게 된다. 이곳은 네덜란드 화학업의 거물인 Joop van Caldenborgh의 개인 현대 미술관이다. 1940년생인 그는 50년 동안 현대 미술을 찾아다니며 Damien Hirst, Tracey Emin, Anselm Kiefer, Yayoi Kusama, Dan Graham, Ai Weiwei 등의 주요 작품을 수집했고, 2016년도에 개인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하여 그의 고향인 헤이그 옆 wassenaar에 이 현대 미술관을 열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평온한 오아시스가 되기를 원한다는 이 미술관의 사명처럼 이곳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의 놀이터라는 느낌이 든다. 여유로운 공간에 배치된 작품들과 함께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휴식이 되는듯한 차분함이 느껴진다. 초현대작품들이 현대 건축물과 더불어 초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작품들도 자연과 소통을 하는 느낌이어서 무척 편안한 곳으로 기억된다.



이곳의 상설 전 리스트는 기가 막히다. 우선 너무나 재밌었던 수영장. 미술관 안에 수영장이 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실내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자체가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개념미술 작가인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엘리히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수영장‘은 이 미술관을 위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 수영장이 갖춰야 하는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수영장에서 물속으로 내려갈 때 붙잡고 내려가는 사다리, 파란색 수영장 바닥, 수영장 주변의 타일들. 물의 수면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물속에서 헤엄치는 듯 보이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영장 옆쪽에 있는 계단으로 한층 내려가면 관람객들은 수영장 속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곳에 들어간 관람객들은 물은 없지만 물속에서 수영하는 척하며 수영장을 새로운 모습으로 즐길 수 있다. 그 안에 서서 위를 쳐다보면 물결을 통하여 물밖의 세상을 볼 수 있다. 어른인 나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데, 아이들은 오죽 재밌을까. 착시현상으로 일상의 공간을 다른 황당한 공간으로 바꾸고 관람객과 작가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통하였다. 그의 작품 중에서 거울을 이용해서 집과 관객들이 거꾸로 서있게 보이도록 하는 Dalston House도 유명하다.


Leandro Erlich (1973), Swimming Pool, 2016


James Turrell 제임스 터렐의 Skyspace 작품도 너무 좋다. 이 작가도 미술관 개관당시에 이 공간을 특별히 설계하여 천장 지붕에 사각구멍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긴 의자에 앉아서 벽에 기대고 하늘을 쳐다보며 그 사각형 안을 지나가는 구름과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하얀색 공간과 대비되는 하늘의 색상과 구름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사각 구멍이 닫히고 이 공간은 터넬이 제작한 조명으로 빛이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면 여행 중에 특별한 쉼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James Turrell (1943), Skyspace, 2016


Richard Serra의 Open Ended 작품은 무게가 무려 216톤에 달한다. 이렇게 거대한 작품을 어떻게 들여왔을까. 이 작가는 설치미술가 라고 하기엔… 작품들의 스케일이 너무나 거대하다. Open Ended 작품도 왼쪽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오른쪽 위에서 볼 때의 모습이 다르고 평지에 서서 볼 때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모앙이 다 다르게 보인다. 미로 안으로 들어가면 겉에서는 겉면밖에 안 보여서 몰랐는데 속 안의 미로는 몇 겹인지 밖으로 나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제목이 open eded 인가보다. 이 작가의 예술세계를 떠나서, 일단 어떻게 이런 초대형 작품을 강철을 재료로 사용해서 제작했을까 너무 대단하다. 이건 미니멀리즘 조각가 예술가 수준이 아니라 거의 조선업이 가능한 스케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역시나 그의 이력 중 특이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는 대학 진학 후에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제철소에서도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곳은 일반적인 규모의 제철소가 아닌 유조선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의 초대형 조형물들은 아마도 그가 어릴 때 산업 자재들을 접했던 경험들이 작품으로 연결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균형, 무게, 중력, 수평곡선, 안정된 유선형 등의 특징은 우연히 알게 된 건 아닌듯하다. 우연한 경험들 또한 그의 운명 안에 계획되어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Richard Serra (1938), Open Ended, 2007-2008


Ron Mueck 론 뮤익의 거대한 인물 조각인 Couple under an Umbrella는 우리 현실 사람의 딱 2배가 큰 거인이다. 비록 2배나 큰 거인의 모습이지만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들의 주름, 모공, 털, 점까지 완벽하게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서 신기하다. 특히 할아버지의 발가락, 반바지 수영복 속으로 보이는 허벅지 피부, 하얗게 샌 눈썹, 팔목의 힘줄, 주름진 뱃살까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디테일과 정교한 표현은 불가사의하다. 우리는 극사실주의 회화들을 보면서도 감탄에 감탄을 하지만, 이건 조각도 보통 조각이 아닌 대형사이즈 조각 아닌가… 이 작가의 이력에서도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셔서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는 점과 젊은 시절에 어린이 TV프로그램에서 인형 제작자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역시 지나고 보면 아무 쓸모없던 시간은 없는 거 같다. 2021년 리움미술관 기획전에서 론 뮤익의 마스크 II 가 화제가 되었었다. 그때는 너무 큰 얼굴과 디테일에 당황했었는데,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너무 상세한 디테일과 과장된 표현이 좀 징그럽긴 하다. 한편 작품의 큰 사이즈에서 몇 배의 강렬한 감동이 생기고 인간 존재의 의미와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되는 거 같다. 현실의 우리와 다른 사이즈에서 크기만큼이나 확대되어서 느껴지는 삶의 깊이와 슬픔이 전해진다. 그렇지만 이 커플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에서 행복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를 다 지나가고 해변에 누워서 쉬는 모습이라서 그런 걸까.


Ron Mueck (1958), Couple under an Umbrella, 2013


지금 소개한 작품들은 이 미술관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되기도 한 작품들이다. 작품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배치되어서 여유 있게 느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람하다가 큰 창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바깥의 초원과 정원뷰를 보면서 쉬는 시간도 소중하다. 몇몇 방에서는 통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빛을 따라 작품을 보는 것도 따뜻한 느낌이었다. 들어오는 입구 쪽에 근사한 라이브러리가 있다. 이곳은 천장까지 책이 가득 차 있는 현대적이면서도 오래된 도서관의 느낌이 나는 곳이다. 고대의 골동품부터 현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미리 예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이곳의 정원 또한 예사롭지 않다.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에 의해서 조성된 곳이고 60여 개의 조각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미술관 옆에 근사한 저택 한 채가 있는데 그곳이 레스토랑이다. 이 미술관 역시 하루 종일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에는 상설 전 Highlights 외에도 몇 개의 기획전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영문으로 된 소 책자에 간단한 설명도 잘 되어있다. 기획전은 갤러리 룸 순서대로 찬찬히 보는 게 좋다. 전시실을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왔다 갔다 보는 거보다는 큐레이터의 기획의도를 읽으며 진행 방향대로 움직여 주는 게 더 느낌을 많이 올 거 같다. 사실 나는 사람 없는 곳에서 한적하게 보고 싶어서 전시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편인데, 정식으로 미술공부한 딸이 순서대로 보길 권하여 기획의도를 존중하기로 하였다. 정말 이곳을 보고 나오면 행복하고 충만함이 느껴진다. 진정 이곳은 럭셔리한 놀이터구나… 헤이그까지 왔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길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