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 Sep 20. 2024

나한테 독서는 현실 도피였다

제1장 독서 불변의 법칙

  왜 책을 읽는가? 본인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13년 전 그러니까 2011년부터 필자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서 책이라 하면 교과서와 참고서, 전공 서적과 자격증 관련 책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책을 말한다. 지나간 30년은 시험을 위한 책만 읽었던 것 같다. 만화책조차 어떻게 읽는지 방법을 몰랐으니 독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삶이었다. 그러던 내가 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책으로 풀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불안했다. 2010년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서 헤어날 기미가 없었고 많은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힘든 시기였다. 모든 직장인이 나와 비슷한 환경이었을 것 같다. 그때 유행한 말이 “회사 그만두고 카페나 해 볼까!” 직장인들의 고뇌가 이 한 문장에 함축된 듯 나 또한 강한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이 시기에 내가 독서를 시작한 동기는 ‘현실 도피’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한 세계금융위기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고 많은 건설 및 부동산 회사의 파산을 가져왔다. 나는 이 시기에 두 번의 권고사직을 받았다. 즉 회사 경영이 힘드니 아무 말 말고 나가 달라는 것이었다. 대학원 졸업 후 5년간의 직장생활은 그렇게 쫓겨나듯 이직을 선택당했다. 그때가 2008년 여름이었고 나름 학력과 전공 면에서 경력직으로 인정받던 때라 이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고의 부동산 개발회사에 하반기 공채 경력직으로 채용되었는데, 입사 4개월 만에 또 나가란다. 1년 미만 입사자는 위로금으로 1개월 치 급여를 준단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그러면서도 대외적인 변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회사의 입장과 대표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나야 또 이직하면 되니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세 번째 이직한 회사는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연봉도 올랐고, 대표의 신임을 듬뿍 받았기에 신명 나게 일할 수 있었다. 막 시작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라서 사업 기획부터 협력사 선정 관리까지 많은 것을 내 의지로 만들고 기안하여 회사의 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3년을 가지 못했다.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고, 복합기 토너조차 내 돈으로 교체를 해야 했다. 또 회사가 힘들어진 것이다. 소규모 시행사의 인력구조는 대부분 역피라미드 형태다. 즉 일하는 실무자는 적고, 결정하는 또는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일을 시키기만 하는 임원이 많은 구조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서 회사의 부채와 자금난은 커져만 갔고, 급여 지급이 밀리는 상황 속에서 직장 상사와의 갈등은 증폭되어 갔다. 스트레스 지수가 얼마나 컸던지 출퇴근길 사람들이 모두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망상을 종종 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연히 《우리 카페나 할까》란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카페, 창업, 인테리어, 커피에 관심이 생겼다. 이와 관련된 책을 하나 둘 주문했다. 주말에 책을 읽으며 그 장소와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서 내 카페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서울의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 보고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에 메모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내 마음에 변화가 왔다. 직장 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회사 일을 잊고 책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 두 번의 권고사직과 이직, 비전 없는 직장생활의 막막함에서 현실을 도피하고자 선택한 것이 책이 된 것이다. 그렇게 매주 두세 권의 책을 주문하여 책을 읽고 주말이면 책에 나온 장소를 찾아다니는 생활이 재밌었다. 그 당시 나한테 독서는 현실 도피였던 것 같다. 이렇게 시작한 독서는 점점 영역을 넓혀 다양한 간접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이전 03화 독서를 해도 변하지 않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