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꽃 Sep 17. 2024

우간다에서 맞이하는 그리운 추석

우간다에서의 일상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한국에서는 명절로 큰 의미를 갖는 추석이 이곳 우간다에서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성묘하고, 송편을 비롯한 다양한 명절 음식을 나누며 전통 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이곳 우간다에서는 그러한 풍습도, 추석에 얽힌 특별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똑같은 일상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언제나처럼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옆집은 내부 집수리로 아침부터 뚝딱뚝딱 시끄럽다. 추석이라는 명절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곳에서 그리움을 안고 그저 일상을 이어나갈 뿐이다. 이번 주말에 있을 한글학교 백일장을 준비하며 글을 쓰는 일에 몰두했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전하는 일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으니까. 그 아이들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접하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뿌듯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추석이 다가오면 마음 한편에는 그리움이 차오른다.


추석 명절에 한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한다. 송편을 빚고, 갈비찜이나 잡채 같은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이다. 이곳에서는 그러한 전통 음식들을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함께 나눌 가족도 없다. 우간다에서는 그저 평범한 식사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물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은 모임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느끼던 그 명절의 따뜻한 분위기를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전통 놀이 역시 이곳에서는 접할 기회가 없다. 윷놀이 같은 놀이를 통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즐겁게 지내던 기억도 이제는 그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에게 한국의 놀이 문화를 가르치고 싶어도 이곳에서는 그런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설명할 수밖에 없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한글학교에서의 간접 체험 정도가 전부여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곳 우간다의 하늘은 한국과 다르지만, 그래도 ‘보름달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해 본다. 한국에서 추석 보름달을 보며 가족들과 함께 소원을 빌던 그 시간이 그립다. 보름달이 뜨면 나도 아이들과 함께 달을 보며 작은 소원을 빌어보려 한다. 비록 이곳에서는 추석의 전통을 조금도 경험하지 못하지만,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작은 행위가 나에게는 그리움과 위로가 될 테니까.


이처럼 우간다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지만, 그만큼 일상의 순간들을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그 짧은 순간처럼, 추석의 따뜻한 기억과 애틋한 마음을 간직해 보련다.

이전 01화 어디로든 가고픈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