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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Mar 11. 2024

부끄럽지만 고백하는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마워

딸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하다 말도 안 되게 떼를 피워서 거절 중이었다. 그러다 아이로부터 들려온 말, 퍽 투 유! ‘설마 이렇게 심한 말을 네가? 엄마한테?’ 나쁜 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엄히 혼내는 편이라, 손바닥 세 대를 아프게 느낄 만큼 세게 때렸다. 아이는 다신 안 한다고, 잘못했다며 눈물 콧물을 흘렸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은 소금물에 절여진 듯 몹시 따갑고 아팠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아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 아까 예주가 한 말이 백 투 유! 아니었어? 무슨 욕을 한 건데?” “어? 백?” 하- 순간,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한 말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침대에 누워있던 딸아이에게 다가가, “예주야, 아까 네가 엄마한테 사용해서 혼난 말 있잖아. 엄마 손에 적어줄 수 있어?” 역시나, 아이가 적은 단어는 ‘back’이었다. 아들 말이 맞았던 거다.


“예주야, 정말 미안해. 엄마가 너의 말을 잘못 들었어. 정말 미안해.” 아이는 꺼이꺼이 울음을 쏟아냈고, 나는 아이의 손바닥을 하염없이 만지기만 했다. ‘세상에, 내가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너무 미안했고, 어디든 숨고 싶었다. 울음을 멈추고 품에 포옥 안긴 아이에게 “이런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라고 물었고, 아이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 ‘엄마와 나’라며 여러 그림을 그려왔다.


대체 내가 무슨 일을 이 아이에게 한 건가 싶고, 귀담아듣지 않고 한 번 더 묻지 않았던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평소보다 더 많이 아이의 손을 잡았고, 더 많이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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