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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26. 2023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손편지의 나비효과

비서가 상사에게 손글씨편지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 17년 비서 인생에서 그런 일이 딱 한번 일어났을 정도로, 늘 상 말하지만 비서의 업무는 누구로부터 칭찬을 받기가 참 어렵다. 잘해봐야 본전(당연한 것)이고 못하게 되면 능력 없는 비서로 치부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날 속에 스스로 “난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 가면 돼”라고 면탈을 스스로 재정비해 가면서 지내게 되는 것이고 어떤 고독도 이제 훈련이 되어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실제가 되어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 어느 중간쯤의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런 기대 없음으로 살아가던 순간에 정말 마법처럼 날 일으켜준 손 편지가 있었는데 부서를 총괄하는 임원 분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올해 더할 나위 없이 잘해주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그동안에 피로와 어려움이 씻겨 나갈 만큼 그 문구의 힘은 대단했다. 지금도 그 글을 읽을 때면 가슴이 벅찰 만큼 행복감이 몰려온다. 


나의 부족함을 덮어주는 그 따뜻한 말이 얼마나 내게 큰 보상 같은 순간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주위에 성공하신 분들은 모두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함께 일했던, 그리고 일하는 상사 분 또한 그렇다. 일을 하면서 느껴지는 넘을 수 없는 능력의 벽 앞에서도 나를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 주었으며, 좌절할 때 그 조차도 성장하는 과정으로 묵묵히 지켜봐 주었다. 


탁월한 사람들이 본인의 인생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들어 가고, 주위사람들도 그렇게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있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더욱 상대방을 일으킬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지려고 한다. 나의 능력과 권한을 오롯이 나의 것 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나누고 함께 하려고 한다. 




가짜는 곧 들통나기 마련이다. 진짜만이 살아남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사람에 대한 마음도 그렇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은 서로 맞닿기 마련이고 그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끼리 응원도 하고 위로도 하면서 같은 방향을 나아가면 된다. 


언젠가 나도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열심히 해준 나의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에 "올해 더할 나위 없이 잘해 주었습니다"라고 써봐야겠다. 

그 순간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 해진다.  


웅장 해진 가슴을 안고 오늘도 나아가보자!



사진출처: tvN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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