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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있어야지!!!]

by 우영이

한반도가 들끓고 있다. 곳곳에 느닷없이 물난리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는가 싶더니, 연일 기온이 가마솥 열기나 마찬가지다. 폭염 경보가 내리지 않은 지역이 없다. 내리는 비에 조용하던 매미 소리는 한을 태우듯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소리 높여 귓전을 울린다.
태양이 내리퍼붓는 시간을 피할 요령으로 사물 분간이 이루어지는 시간쯤 집을 나서 운동에 맞는 차림으로 나섰다. 주차장에는 벌써 먼저 온 사람들로 주차 공간에는 빈자리가 없어 길옆에 통행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 차를 세웠다.
출발선에는 대기 팀 몇이 기다린다. 기운이 뻗쳤는지 한 자리가 비어 네 명의 조를 맞추었다. 세 사람은 첫 홀부터 보여주는 기량이 예사롭지 않다. 티샷 한 공이 그린 가까이 붙고 두 번째 샷에 마무리가 된다. 함께 경기에 나선 분 중에 연배가 지긋한 한 사람은 일찍이 골프를 시작해 프로에 입문한 실력자란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옆에서 자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홀마다 매번 공이 정확하게 그린에 가깝다. 역시 ‘대단합니다’를 거듭 외친다.
전체 홀을 돌고 두 번째부터는 홀 기준 좌우 방향으로 두 명씩 편을 나뉘어 시합한다. 짜릿한 재미를 느낀다. 누구와 한 편이 될지 짐작할 수 없다. 티 삿된 공을 두 개씩 짝을 지어 한 조가 되는 묘미가 신선하다. 어느덧 네 바퀴를 돌고 대기 팀이 늘어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이 스포츠는 ‘예의가 기본인데’라며 내가 신고 있는 신발에 대해 지적을 한다. 새벽 시간이라 이슬이 많을 것이니 운동화가 아닌 발목 장화를 신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 준다.
미처 생각지 못하였음을 조아리고 자동차로 곧장 달려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게임에 임한다. 그렇다. 나 편하려고 기본에 어긋난 차림을 하고 운동에 나선 것이다. 잘못된 판단에 자신의 행동 개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선배의 충고에 부끄러운 낯빛으로 대신한다.
무슨 일을 하든 기본이 중요하다. 운동에는 그 종목에 맞는 예의범절이 있다. 파크 골프를 시작하면서 경기 규칙에 적응하고 경기력에 우선한 나머지 기본을 잊고 있었나 보다. 주변의 지적에 자신을 되돌아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운동 능력 못지않게 예의범절도 중요한 요소다.
주변의 조언이 나에게 더 성숙한 태도를 불러일으킨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고 했다. 자신의 허물을 찾아내는 일에는 인색하다. 아니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잊고 지낸 일 중의 하나다.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부터 살펴봐야 하겠다. 장화로 비롯된 작은 일이 서로에 대한 예의범절을 불러오게 했다.

첫 시작의 마음가짐으로 내일 운동장에 나갈 준비를 한다. 갖추어진 자세로 새로움에 도전하는 자신이 되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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