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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실내장식 3]

by 우영이

전원주택 창고는 문이 없어 먼지와 나뭇잎으로 뒹굴었다. 아내의 성화에 삼 년을 겨루다 허용을 한다. 서너 군데 업체에 창호 공사비 견적을 받았는데 비용 차이가 크다. 마을에 집수리 공사를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싼 가격과 질 높은 성능에 공장 직거래로 창호를 구매하고 설치는 공사 담당자에게 맡겼다.


창호는 모두 3짝으로 주문 닷새 만에 배달이 되었다. 공간에 맞추어 자리를 앉히면 원하는 그림을 맞이하게 된다. 일정이 겹쳐 설치가 미루어진다. 아내는 창호 설치가 늦어지는 이유에 불만이 있다. 그리 길게 걸리는 것도 아닐 텐데 시간만 지나가는 셈이다.


두 주 만에 창호가 자리를 잡았다.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아내는 흡족한 기분으로 즐거워한다. 그런데 마지막 마무리가 늦다. 창호 설치 한 달이 되어가는데 마감재 처리가 남았다. 문자를 넣고 며칠이 지나 실리콘 작업만 이루어졌다. 창호 위 공간은 패널이 준비되지 않아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처음 말과는 달리 결국 깔끔한 마무리는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시멘트로 덮인 바닥을 꾸미는 일만 남았다. 나눔으로 받아 둔 타일을 깔기로 하였다. 준비된 타일은 넉넉하다. 시멘트와 접착제는 따로 샀다. 시공은 화장실 벽체를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도전한다. 평탄하지 않은 바닥 탓에 수평을 잡는 일에 시간이 걸려 진행 속도가 느리다. 자체 시공의 어려움이다. 창호를 기준으로 한 줄씩 안쪽으로 채워 나간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은 정과 망치로 시멘트를 조각내어 평형계의 도움을 받는다.


바닥재는 색상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흰색 계통으로 밝은 느낌을 안겨 준다. 맨 뒷줄까지 자리를 잡았다. 타일 재단기를 써야 하는데 타일 길이보다 작아 쓰임이 없다. 자투리는 줄자로 크기에 맞추어 자르는데, 그라인더 날을 금속용으로 갈아 끼워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타일 자르면서 날리는 먼지는 마스크를 고쳐 쓰게 만들었다. 높낮이가 서로 다른 바닥재는 눈에 거슬린다. 여유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지 못한 결과다. 평소의 성격을 드러내는 셈인가. 사용량이 많은 타일용 접착제를 배합하는 일이 반복된다. 인터넷과 판매상의 정보에 맞춰 물량 조절을 한 덕분으로 접착제는 배합이 적절하다.


두 번째 장부터 타일 줄이 맞지 않는다. 줄 눈 넣는 자리 폭이 일정치 못한 탓이다. 모양새보다는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시멘트 바닥이 모두 감추어졌다. 며칠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에 입꼬리가 올라가지만, 허리가 굽어진 듯하다. 바닥이 춤을 춘다. 맨발로 드나드는 일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판이다.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 작업이 남았다. 일주일 시일을 두고 타일 사이사이 줄눈을 채워 넣는다. 여러 가지 색상 중에서 회색으로 마무리하는데 바닥재 색깔과 조화를 이룬다. 수평이 어긋난 부분은 바닥재에 맞추어 굴곡을 줄이려 양을 늘린다. 바깥 끝 선까지 채우고 중간중간 스펀지로 타일에 묻은 재료를 닦아낸다. 엉덩이를 깔고 앉은 앉은뱅이 의자가 눌러졌다.


창호와 맞붙은 공간의 마감 처리는 실리콘이 제격이다. 적당한 두께로 마무리가 된다. 기둥 사이에 난 틈새도 실리콘에 맡긴다. 타일 설치와 실리콘 작업까지 영락없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주택에 살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많아졌다. 웬만한 일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해낸다.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올린 동영상의 역할이 크다. 도구도 열 일을 한다. 기계가 대부분의 일을 맡아하는 시대다. 기계가 아니었다면 손발이 고생하니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구매가 먼저다.


내부 청소에 이어 물품 배치만 끝내면 우리의 놀이터 하나가 더 생긴다. 마당에 깔린 잔디와 흰 자갈을 마주하고 저녁에는 촘촘하게 내리비치는 은하수를 접할 수 있다. 아내는 벽시계와 온열 소파까지 벌써 들여놓았다. 꾸며진 창고에 갖가지 구상이 줄을 서 있다. 엘피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전통 가요를 들으며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접한다. 여러 가지 음악이 기대된다.


유리 너머로 창고 바닥을 둘러본다. 부부가 오랜만에 서로 마음이 맞다. 아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웬일인지 이제부터는 새롭게 꾸미는 일은 그만하잖다. 공동 주택과 달리 이곳은 손길이 늘 필요하다. 현상 유지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인생도 다를 바가 없다. 나아갈 때와 머물러 있을 때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 중요한 순간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닌가. 인생의 항로에서 정박하고 순항할 때가 결정된다.


대문 밖 텃밭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가지마다 달렸다. 적당한 숫자로 솎아내야 할지 걱정될 정도다. 예년과 달리 수확량이 넉넉할 듯하다. 초록의 손톱크기만큼 자란 알맹이들이 알알이 커간다. 수확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옹골차게 영글도록 퇴비는 덤으로 얹는다. 장아찌와 매실청을 담글 준비는 해야지. 옹기 항아리를 씻어놓는다. 덩달아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정원 파티와 불멍까지 준비해 유혹해야지. 이번 주말은 너희를 위해 준비할게. 얘들아! 다 같이 얼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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