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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by 우영이

선물은 준비해서 건네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기쁨이 함께할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무더위에 여름휴가 장소로 우리가 소유한 전원주택으로 정했다는 아들 부부의 소식을 접한다.
세 살배기 손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아내는 며칠 전부터 갖가지 준비에 온라인 쇼핑몰에 매달려 있다. 계절이 여름인지라 간이용 수영장 설치를 위한 물품을 구매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물에 들어가 함께 물장구치며 놀 수 있는 중대형이다. 여기에 수영장 물 정화장치는 덤이다. 유난히 물놀이를 즐기는 손주이기에 우선순위로 마련되었다.
튜브와 물놀이 도구는 이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뙤약볕을 가릴 수 있는 가림막도 일조한다. 가녀린 ㅡ아기가 벌레에 물리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며 야외용 원형 모기장도 준비되었다.
수영장 설치는 울퉁불퉁한 마당에 덮어씌울 스펀지 완충재를 먼저 깔았다. 안내서에 따라 직사각형 간이 수영장 조립을 하는데 말처럼 간단치 않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모양이 갖추어진다. 아내와 둘이 조립된 구조물을 바르게 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사십 분간의 씨름 끝에 대문과 몇 걸음 사이를 띄우고 수영장이 자리를 잡았다.
오후에 아들 가족이 도착하여 수영장에 수돗물을 채우기 시작한다. 물이 발목에 잠길 만큼도 되기 전에 아이는 돌고래 소리 같은 목청을 뽐낸다. 손바닥으로 또 발장구를 치며 까르르 웃는다. 덩달아 물에 발을 들인 아비와 물장난이 시작된다. 물이 나오는 호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물줄기를 어른들에게 향하다 되레 자신의 얼굴에 물세례를 맞는다. 호흡이 잠시 멈추는 듯 얼굴을 부르르 떤다. 잠시 틈을 두어 또다시 반복된다. 물 높이가 가슴에 닿을 즈음 손주에게 구명조끼가 입혀지고 오리 튜브에 앉힌다. 물속을 걷고 수영장 곳곳을 누비며, 아들과 며느리가 합세하여 부모에게 웃음을 안긴다.
저녁은 숯불구이가 올랐다. 생고기와 양념갈비는 딸이 집게를 들었다. 적당히 구워진 고기는 넉넉한 만찬이다. 새로 정리된 거실에 모여 차 한잔을 마시는데 아들이 복권이라며 동전으로 긁어보란다. 진지한 표정으로 아내와 나는 각각 건네받은 용지를 벗겨 내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가 꽝이다. 마지막 세 번째 게임은 당첨인데 ‘축, 할머니, 곧 만나요’ 문구다. 그렇다. 두 번째 손주, 임신 소식을 이벤트로 알린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다. 너무 기다리지 않게 둘째를 안겨 주는 아들 내외가 고맙기만 하다. 며느리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인다. 두툼한 현금 봉투를 건네고 둘째 손주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부부가 준비한 아이를 위한 수영장은 좋은 추억을 남겼으리라. 귀하고 값진 새 생명이 기다려진다. 할아비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겠는가. 기쁨의 포옹 장면은 두 가족에게 즐거움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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