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수술 받은지 923일째, 오늘도 살아간다

여전히 삶은 진행 중

by 밝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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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수술 받은지 오늘로 923일째.

사는 게 많이 바빴다. 브런치에 글을 다시 올리는 게 1년이 넘었다.

살아있으니 감사한 일인데 그조차도 잊고 산다.

수술을 받고 난 뒤 다짐했던 일들이 하나둘 희미해져 간다.

그래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평일 오전 8시 15분이면 아이들은 학교로 출발하고 아내도 뒤 따라 일터로 출근. 이때부터 내일은 시작된다. 예전 같았으면 곧장 달리기를 시작하러 나갔을 텐데 춥다는 핑계로 일이 있다는 핑계로 우선 순위에서 자꾸 밀려 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재미가 들려 늦은 밤에라도 꼭 헬스장에 간다. 듬직한 두 놈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아직도 철부지 어린아이들이라 엄마 아빠 속썩이는건 당연하지만 두 아이 덕분에 힘을 낼 수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세상 일에 관심을 끊고 살수가 없다. 건강엔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평생을 해온 일이라 하루 종일 세상 소식에 눈과 귀를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많다.

아이들 말고는 아내가 내 유일한 낙이다. 아내는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아닐거라 믿는다. 하지만 내가 하도 마음고생을 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수술을 받고 나서 아내는 내가 아주 많이 까칠해졌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원래 내 성격이 그랬던 건지, 살을 빼고 나서 그런 건지, 작은 스트레스를 못 넘기는 건지. 까칠해지지 않은 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나 보다는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그런 것 같다.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말일 것이다.

‘암’도 마찬가지다. 내가 막상 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고 나니 주변에서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위로와 해결책을 제공해 주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겪은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 간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923일째. 적어도 그때보다는 더 나은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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