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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Nov 30. 2023

인간관계에 진심을 담는 법

있는 그대로의 두 우주를 마주하는 일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뒤돌아서면 사다리 꼭대기에 홀로 올라가 있는 것처럼 외로움이 선명해질 때가 있다. 반면 내 세계에만 빠져있다가 불현듯 인간관계가 번잡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밤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암울한 거짓말에 휩싸여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이든, 관계에 쏟을 에너지가 없든, 우울증이든, 원인이 뭐든 간에 인간관계는 늘 복잡미묘하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인간관계는 모든 행복의 근원이자 고민의 근원’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관계는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삶을 연속시킨다. 


 이토록 중요한 인간관계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뭘까?


 과거의 내 경우에는 내가 지닌 ‘착한 아이 증후군’과 ‘회피성 기질’이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남들과 갈등이 생기는 걸 견디지 못했다. 사람을 좋아해서 마냥 퍼주다가도, 갈등이 생길까봐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건 부담스러워했다. 타인의 평가에도 자주 연연하다 보니, 늘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썼다. 그래서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관계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한쪽 눈을 감은 채로 살았다. 


 더불어 타인 또한 온전히 받아들일 줄을 몰랐다.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퍼주기만 하는 관계 혹은 피상적인 관계를 맺었고, 진심으로 타인의 우주와 마찰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 날은 내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자, 뜻밖에 친구가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항상 상냥하고 밝게 웃던 친구라서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다. 내 친구는 사실 웃고 싶지 않을 때도 그냥 웃는 것이라고 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선 폭풍우가 치고 있을 때가 있다고. 평화주의자였던 나와 친구는 둘 다 남들과의 평화를 지키느라 정작 본인의 마음에는 평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30여 년 동안 갈등을 회피하며 살아오다가, 처음으로 누군가와의 관계를 직면하고 부딪혔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제대로 충돌하고, 그걸 풀어가는 과정에서 결국엔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남에게 맞추는 게 답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반대로 나에게 항상 맞춰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도. 


 나는 30대 중반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관계를 제대로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나는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첫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인간관계가 불편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인간관계에서 ‘진짜 나’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좋다. 오히려 상대가 나를 너무 좋게만 볼 때가 더 문제다. 더 많이 부딪히고, 더 크게 실망해도 괜찮다.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때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둘째, 관계에 ‘진정성’ 담기.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과하게 신경 쓰는 마음은 상대를 진심으로 알아갈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관계에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의 눈으로 상대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의 세계로 들어가서 그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의 고민은 무엇인지, 그가 애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그가 되어 그의 관점, 입장, 언어, 감각, 감정으로 그의 세계를 이해할 때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셋째, 마음을 ‘표현’하기.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순간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다양한 마음 - 좋아하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서운한 마음, 슬픈 마음 등 - 은 관계의 발전을 위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 표현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말도 좋고, 편지도 좋다. 정성들인 표현은 설익은 관계를 무르익게 만든다.


 넷째, ‘균형 잃은 관계’는 끝내기. 흔히 인간관계를 ‘시소 타기’에 비유하곤 한다. 즉,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행위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늘 퍼주기만 하는 관계는 자기 자신에게 해롭다. 관계에서 퍼주기만 하고, 채워지는 것이 없다면 언젠가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지칠 수 있다. 나에게 늘 뭔가를 요구하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인간관계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내 삶이 인간관계로 더욱 풍성해지고 빛날 수 있도록, 나의 인간관계를 직시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우주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반대로 나의 우주를 활짝 열어 당신을 환영한다. 나의 우주, 당신의 우주가 함께 만나 더 크고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길 기대하며. 



사진: Unsplashducminh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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