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5개월 만에 퇴사를 생각하다>
서른한 살, 첫 직장생활에 도전하다!
나는 서른한 살 전까지 회사를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막연하게 20대 중후반 즘에는 회사를 다니는 게 내 꿈이 되었다.
부모님의 목소리도 한 몫했다.
스무 살부터 프리랜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우리 부모님은 프리랜서는 직장이 아니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하셨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며, 제대로 된 돈을 벌라고 말이다.
도대체 제대로 된 일이라는 것은 뭐고, 제대로 된 돈은 뭐란 말인가?
그래서일까? 부모님의 말씀 덕분에 나는 돈을 벌고 있음에도 무언가 떳떳하지 못했다.
주변 어른들은 내가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았기에 나를 여전히 덜 자란 어른 취급을 했다.
나는 어엿한 성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내가 직장을 다니지 못한 게, 나라는 사람자체가 온전하지 못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꼭 내 생각이라고 믿고 살았다.
정말 원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내가 생각인 것처럼
언젠가는 조직생활이라는 것을 꼭 경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수료하고, 한국에서 대기업을 지원했다. 신기하게 면접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한 번도 최종합격이 된 적이 없다.
호주에서 회사원이 되다!
그렇게 나는 호주에 왔다.
호주에 와서도 회사를 지원해야겠다고 당연스럽게 생각하였다.
뽑아줄지도 모를 회사에 어떻게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평생 예술 계통을 해왔지만, 이상하게 회사 일을 잘할 것 같은 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MBTI가 ENTJ여서 가능한 걸까?
그렇게 영어로 이력서를 만들고, 커버레터를 만들었다.
암만 봐도 내 이력서는 공통된 주제가 전혀 없어 보였다.
성인이 되면서, 투잡 쓰리잡을 뛰어왔기 때문에,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딱히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다행히 신기하게도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공고 내용과 내가 맞는 조건이 아닌데도 신기하게 연락이 왔다.
나에게 이력서를 잘 쓰는 재능이라도 있는 걸까?
면접 합격 결과 때문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최종 합격을 하고, 드디어 바라던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퇴사를 생각하다
내 나이 서른한 살에 처음으로 회사를 다니며, 나는 엄청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래! 회사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면서 산다.
이러다가 내 정신과 몸건강이 위태로워질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왜 회사 생활을 내 꿈이라고 여겼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부모님의 말씀 때문도 있었지만,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내가 돌연변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무 살부터 한 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다. 프리랜서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돈을 버냐는 질문을 종종 하곤 했다.
정말 수입이 들쑥날쑥이기 때문에 나조차도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궁금했다.
한 달에 60만 원만 벌 때도 있었고, 300만 원을 벌 때도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지치면 1년 하고 그만두고, 작가 일도 병행하면서 하다 보니 거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다.
오전 오후에는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작가일을 했다.
나는 내 건강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선, 탈모가 생겼다.
나는 살면서 탈모가 나에게 올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머리숱 부자라고 나름 자부했었는데...
정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다. 나중에는 탈모병원까지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먹지도 못하고, 살도 빠지면서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못살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호주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옛날 일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그대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고 있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컨트롤해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회사 생활은 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정착된 생활이 아닌가?
아니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원했던 꿈이 아닌, 타인이 심어놓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컴퓨터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내 인생도 어느새 금방 흘러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에는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프리랜서 생활이 그리워졌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내 인생은 정착이란 힘든 것인가 싶었다.
나는 고민한다. 돈인가? 나의 꿈인가?
사직서는 주머니에만 고이 모셔두고 다닌다
그렇다고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는 못했다. 한 달에 나가는 월세 200만 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기분이 좋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회사까지 가는 길에 보타닉 공원이 있다. 공원을 따라 걷는다.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조깅을 한다.
살아있다는 감사함을 느낀다.
시티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나도 그런 에너지를 받아 열심히 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집으로 가고 싶다.
퇴근을 할 때기 되면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곤 한다.
부모님은 이제 많이 늙으셨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일을 하신다. 결국, 평생 가까이 일을 하신다는 소리다.
부모님 또한, 내가 어렸을 적, 매일 출퇴근을 하셨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셨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
이렇게 인간은 늙고, 살아가는 걸까?
정말 원론적인 생각까지 든다. 이렇게라도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합리화를 하게 된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 더 스트레스받을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아프지 않고, 나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기로 했다.
그러면, 훗날, 어느 나라에 살든 나 자신을 컨트롤하고, 주변 상황에 의연해질 수 있는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순간이 훈련이라고 생각해 보자!
나는 여전히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다치고 망가진다면 나는 용기를 내어 언제든 그만둬야만 한다.
그게 나를 지키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