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는 결혼식

by 컨트리쇼퍼


웨딩드레스의 레이스가 바람에 살랑거렸다. 나는 거울 앞에서 마지막 점검을 했다.

완벽했다.

스물다섯의 나는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고,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떨리시죠?"


돌아보니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화장이 두껍게 발라진 얼굴, 그 밑으로 드러나는 깊은 주름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스며들었다.


"누구세요?"

"웨딩플래너 직원이에요. 곧 시작이니까."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사라졌다. 이상했다. 분명 우리 웨딩플래너는 젊은 여성이었는데.

예식장으로 향하는 복도는 생각보다 길었다.

양쪽 벽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모두 결혼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사진 속 신부가 나와 닮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였다.

같은 얼굴에 다른 시대의 드레스를 입고,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 장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1980년대쯤 되어 보이는 빈티지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신랑은... 지금의 내 남편과 똑같이 생겼다. 다만 조금 더 젊어 보일 뿐이었다.


"착각이겠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걸었다. 하지만 다음 사진, 그다음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1960년대, 1950년대... 시대만 다를 뿐 사진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우리였다.

요즘엔 다양한 테마로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라더니. 그런 건가? 별 의심은 들지 않았다.

예식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객들의 대화였다.


"이번엔 얼마나 갈까?"

"지난번엔 하루도 못 갔잖아."
"그래도 계속해주시니까 다행이야."

"유산 때문이지 뭐. 제정신일 때만 유언장을 고쳐주신다니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문틈으로 들여다본 예식장은 이상했다.

하객들의 얼굴에 슬픔이 서려 있었다. 마치 장례식 같은 분위기였다.

이상할 정도로 카메라가 많았다. 불안감이 내 발끝을 적시고 있었다.

좋게 생각하자. 모두들 내 결혼식을 축복하러 온 거겠지.

그때 한 기자가 다른 기자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다시 하는 결혼인데, 왜 이렇게 공들여서 하는 거야?"


다시 하는 결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초혼인데 무슨 소리지? 나는 그 기자를 향해 돌진했다.


"저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기자는 무언가 말하면 안 될 것을 말해버렸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아버님한테 물어보세요."


그는 얼른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혼식이 곧 시작인데.

하이힐 소리가 예식장을 가득 채웠다.

딸각, 딸각. 시계 초침 같은 소리.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디론가.


"여보!"


남편이 달려왔다.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당신... 혹시... 결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남편의 얼굴이 파래졌다. 눈물이 흘렀다.


"기억해 냈어?"


무엇을?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모두 슬픈 얼굴이었다.


"우리의 80주년 결혼식이야."


세상이 흔들렸다. 내 손을 보니 주름투성이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팔십 노인의 것이었다.

현수막에는 '80주년 결혼기념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거짓말이야!"


도망치려 했지만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아까 그 기자였다.


"장모님, 죄송해요."

"엄마."


아까 웨딩플래너라고 했던 중년 여자가 다가왔다.


"엄마가 기억을 못 한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다행이에요. 잠깐이라도 기억이 돌아와서."


잠깐이라고?


"결혼식만이라도 기억해주셨으면 해서... 그리고 여기에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유언장이었다. 왜 결혼식장에서 유언장을?


"사인만 해주세요. 지금 제정신이잖아요?"


여러 카메라가 나를 향했다. 플래시가 터졌다.


"이 카메라들은 뭐예요? 나 배우 맞죠?"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컷!"

"이건 못써요. 제정신이 아니잖아요."


웨딩플래너가 카메라 감독에게 소리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정신이었잖아요!"


남편이 고함쳤다.


"조용히 해. 빨리 결혼식 시작해. 그래야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니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예식장의 불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그들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


그리고 다시 환한 불이 켜졌다.

나는 스물다섯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환하게 웃어줬고, 저 앞에는 평생 함께할 내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결혼생활이 시작이야."


행복했다. 비록 이것이 몇 번째 시작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복도의 사진들이 한 장씩 늘어났다. 오늘의 사진도 곧 그 벽에 걸릴 것이다.

스물다섯 살의 나와 내 남편이, 영원히 그 순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다음 결혼식이 시작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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