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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vision Aug 19. 2023

23.05.27 인생은 어쩌면 공 굴리기

화장실 하나도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


순식간에 말끔해진 현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좋은 점이 있다. 바로 날짜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계약 전까지는 엄청 천천히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허름한 세탁소 바닥과 벽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매끈한 타일과 새로운 창호가 설치된 가게 사진이 카톡방에 전송됐다.


그와 동시에 ~ Y의 고통의 나날 ~ 이 시작됐다.


아무도 몰랐다. 인테리어가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공사 중간에 예상 밖의 일이 이렇게 많은지.  Y의 이마의 주름은 나날이 진해졌다. 집 인테리어를 했던 친구들이 현장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분명 치수를 재고 짜 넣은 가구도 나무의 두께에 따라 난데없이 틈이 생기고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Y가 그 자리에 없으면 현장에 작업하는 분들은 나름의 판단으로 사이즈를 맞춰고, 그 결과가 Y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분명 같은 그림을 보고 진행했으나 예상과 다른 결과물을 맞이할 수 도 있는 것이 인테리어 세계였던 것이다.


Y는 그 상황이 꽤나 괴로워 보였지만, 그와 별개로 가게는 차근차근 완성되어 갔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그릇과 식기와 같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숟가락은 밥만 풀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세비체, 이런저런 메뉴를 떠올리며 적절한 사이즈를 고민했다. 식기를 고르니 이번엔 식기를 넣는 통이 필요했다. 뭘 사서 넣어야 정리가 잘 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6월에는 가오픈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발을 잡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이었다. 계약을 세 가게에서 나누기로 했던 조건이 초반에 무너졌다. 우리가 알아온 몇 개의 인테리어 업체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할 수 없다는 잡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와인바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화장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가오픈은 할 수 없었다.


6월은 곧 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주변에 인테리어 업체를 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나름 합리적인 가격선을 찾아들고 집주인을 찾아갔지만 웬걸,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고민이 깊어졌다.


집주인과 어떻게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까, 계약서를 쓰는 시점에 더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썼어야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까. 과거는 과거의 일이지만 아쉬움에 곱씹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아마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마주해야 했던 Y의 마음은 몇 배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은 Y를 불렀다. 이미 화장실 문제로 하얗게 털린 Y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나 하는 마음으로 집주인을 마주했다.


긴 이야기가 이어졌으나, 요는 Y가 들고 온 업체의 비용들이 하나하나 말이 안 되고, 뒤통수를 그렇게 맞고 다니는 모습을 보아하니 영 안쓰러워 직접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저렴하게 해결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결론적으로 화장실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쁜 소식이었다.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잘 디자인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화장실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가 해결됐다는 생각에 그제야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눈앞에 있는 공을 굴려야만 했다.


다행인 것은 혼자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이나 되니까. 누군가가 체력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힘이 남아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쯤에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Q야, Y야 운동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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