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 나를 부르는 색을 쫓아
함께 걷는 가을, 돌담길에 선 당신이 웃습니다.
마음 밖에 서서, 시린 손발을 불면서도
한번 채근한 일 없이
한번 꾸중한 일 없이
여린 눈꽃이, 붉게 익도록
시절 밖, 행복을 돌이켜 보면
함께 걷는 오늘, 나란히 선 당신이 웃습니다.
생의 반대 편에 서서, 굳은 손발을 하고서도
한번 후회할 일 없이
한번 슬퍼할 일 없이
붉은 단풍이 단단한 열매로 익도록
그늘의 반대편에 서서, 나를 살게하는 온기를 쫓아
함께 걷는 여생, 나란히 선 당신이 웃습니다.
어머니와 둘이 함께, 덕수궁과 돌담길에 단풍놀이를 즐기러 다녀와서 쓴 시.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질수록, 사춘기 때, 어머니를 마음 밖에 세워두었던 자신이 참 후회스럽고 속상해진다. 마음 밖에서 시린 손발을 불면서도 채근거나 꾸중하는 일이 한번 없으셨던 어머니께, 되려 서운함을 느꼈던 일도 부끄럽고…. 어머니는 어린 나를 그저 기다려주셨던 것 같다. 겨울의 여린 눈꽃이 푸른 이파리가 돋아 붉게 익을 때까지. 그렇게 내가 성숙한 어른이 될 때까지.
이 좋은 시절이 지나고, 행복이란 단어를 다시금 돌이켜보면, 함께 걸었던 오늘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의 기억 속에서 변함없이 웃고 계실 것이다. 알록달록 예쁜 돌담길을 걸을 때 보여주셨던 그 미소로 나를 기쁘게 반겨주실 것이다. 생의 반대편, 죽음에 이르를 적에 굳은 손발을 하고서도 한번 후회하거나 슬퍼할 일이 없도록, 지금의 붉은 잎이 단단한 열매로 익어가도록 나는 어머니께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고, 그렇게 애틋한 감정을 표현할 것이다. 우리 모녀의 사랑을 한 편의 시로 적어 세상에 과실로 남길 것이다.
그늘의 반대편, 빛 한 가운데에 서서, 나를 온전히 살게 하는 온기를 쫓으면 언제나 어머니가 서 계신다. 함께 걷는 여생, 나란히 선 어머니가 함박 웃으신다. 그 반가운 예쁜 미소는, 어쩌면 어머니를 빼닮은 나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똑같은 얼굴로 함박 웃는다. 오늘처럼 분명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