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의 기준 2
"Counting stars stars
밤하늘에 펄
Better than your LV
Your LV"
비오 - Counting Stars 가사 내용 중 일부
내 남편은 명품이라곤, 카운팅스타 노래에 나오는 '똥'밖에 모른다. 하긴, 처음에 '똥' 지갑을 선물해 줬을 때도 로고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이니까 알려준 래퍼 비오한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나?
스파브랜드의 의류만 즐겨 입는 명품의 명도 잘 모르는 남편은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방을 알아본다.
'어? 저거 디올가방 아냐? 너랑 똑같은 것 같은데?'
나는 명품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 예비 시어머니가 가방 하나 사라고 말하시며 꾸밈비를 주셨지만 가방은 사지 않았다. 너무나 나와는 다른 세계라 생각을 했다. 내가 맘에 들어하는 괜찮은 가방은 아무리 못해도 최소 300만 원 이상을 줘야 하는데, 나에겐 30만 원 가방도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히 '예쁘다'라고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내 수준을 많이 벗어난 소비라 생각해서 그런지 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명품에 눈을 뜨기 시작한 타이밍이 있었는데 결혼준비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인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예물, 예단을 주고받고 프러포즈 선물로 뭘 받고.. 하는 이야기들을 직, 간접적으로 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기웃기웃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꾸만 보다 보니 쓸데없이 보는 눈이 높아졌다. 그리고 한창 부동산 붐이 일어났을 때, '오늘 집값이 가장 싸다'라는 말처럼 명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올라 '명품은 지금 사야 가장 싸다'라는 말도 유행을 하니 예비신부인 내 마음을 더 흔들어놨다.
당연히, 남편은 내가 자꾸 '그런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아니, 미안해했다. 그럼 나는 '내가 맘에 들어하는 이 가방은 너무 비싸니까 그럼 좀 더 싼 걸로 이걸로 살까?'라고 이야기하면 또 그것도 싫어했다. '아니, 어차피 이왕 사주는 거 맘에 들어하는 거 제대로 좋은 거 사줘야지. 싼 거 샀다가 나중에 또 사달라고 할 거잖아.'
그렇게 해서 나는 예비 시어머니가 가방 사라고 꾸밈비를 주셨을 때 샀더라면 몇십만 원은 더 절약해서 살 수 있는 가방을 한참 뒤에 그제야 가격인상이 되고 나서 내 손에 얻었다. (이래서 줄 때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게 그렇게 사고 나니까 물욕이 확 사라지던데.. 이건 사야만 고치는 병이 맞았나 보다.
자꾸만 만족의 기준이 높아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만 원짜리 가방도 커 보였고, 200만 원짜리 가방도 커 보였는데 그 이상의 것이 더 눈에 차고 있으니 큰일이다. 물론 명품을 산다고 꼭 '사치'라 할 수 없고 꼭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명품에 관심도 없던 내가 갑자기 돌연 어떤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만족'의 기준이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게 되면 좀 씁쓸하달까. 그 기분이다. 씁쓸한 기분.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쓸데없이' 보는 눈이 높아졌을까? 생각하며 내면 깊숙이 내 안에 있는 결핍을 찾아보게 된다.
'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만족'하며 누릴 줄 아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더 붙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