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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 Jun 01. 2023

갑자기 아내가 전화를 안 받는다.

"뭐야, 전화 안 받아서 사고 난 줄 알고 놀랐잖아."



어느 날, 퇴근 후 날 데리러 온 남편과 함께 걸어서 집에 들어갔다. 집 근처 횡단보도에 다다랐을 때, 초록불 신호는 간당간당했고 남편은 ‘신호가 왔다며’ 먼저 막 뛰어갔다. 나는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마침 전화가 와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통화가 길어졌다.


조금은 길어지던 통화 하던 중, 남편에게 착신전화가 온 것을 알았고 받지 않았다. 어차피 통화 곧 끝날 텐데 뭐. 그런데 갑자기 통화 중에 저 멀리 남편이 우리가 지나왔던 횡단보도로 급하게 뛰어가는 걸 발견하고 남편을 불렀다.

"엥? 오빠!!! 어디가?"


" 아 뭐야? 통화하고 있었어? 전화도 안 받고 집에 계속 안 들어오길래 횡단보도 건너다가 사고 난 줄 알았잖아. 아오 진짜. "


마침 횡단보도 건넜을 때 뒤도 안 돌아보고 급하다며 집으로 줄행랑친 남편은 그 사이에 별의별 상상을 다 했나 보다. 내가 횡단보도 건너다가 교통사고라도 난 줄 알았나 보다. 하필 집 바로 앞인데 집을 오랫동안 안 들어오는 게 이상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다.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평소엔 카톡 보라고 해도 잘 보지도 않던 남편이 이 날은 난데없이 왜 이렇게 불안도가 올라왔을까?


10년 뒤에도 전화 안 받으면 뛰어와주길 바라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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