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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9. 2024

프롤로그

내 인생 처음으로 떠난 유럽여행. 여행 멤버는 같은 학교 선생님들.

  유럽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고 기대되는 단어이다. 내 평생 처음으로 유럽이라는 땅을 밟은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에 떠난 여행을 굳이 왜 쓰려고 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듯싶다. 그 여행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장면,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러한 장면들을 기록으로 남겨 높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지,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그저 나는 이 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고 싶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나의 직업은 초등교사이다. 군 제대 후 처음 발령받은 학교. 그 초임지에서 만난 교장 선생님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사실 그 여행이 성사되어 진짜로 유럽여행을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술자리에서 꺼낸 유럽 여행 이야기가 차차 진행되어 어느 순간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13박 14일의 긴 여행을,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직장 동료와 함께 할 줄이야!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는 결혼을 준비함에 있어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결혼 전에 최대한 돈을 모아서 전세방이라도 장만해야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남자들은 해외여행을 거의 다니지 못했던 것 같다. 결혼 전 여교사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많이 갔다. 반면 남교사는 해외여행을 거의 못 갔다. 내 동기들 중에서 결혼 전 해외여행은 간 사람은 나뿐이었다. 사실 운이 좋았다. 나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했다면 절대 가지 못했을 유럽 여행이다.


  내가 발령받은 때가 2006년 9월이다. 그 이듬해에 새 교장 선생님이 오셨다. 그분은 아주 진취적이고 깨어 있으신 분이셨다. 교육청에서 인사 관련 일을 하시다가 처음 교장이 되어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이다. 선생님들이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고, 큰 비전 만을 제시하며 사소한 것들은 살포시 접어두는 대인배였다. 술 드시는 것을 좋아하시어 매주 수요일에는 남교사 모임을 했다. 그때 학교 이야기, 친목 여행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등 오만 가지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교장 선생님께서 하나 제안을 하셨다.

  "내 친구 중에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한 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를 가이드 삼아 유럽 여행을 한 번 가보는 거 어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 년 전에도 그 친구를 가이드 삼아 학교 선생님들 중 팀을 꾸려서 유럽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봉고차를 렌트해서 이동하며, 차 안에서 김밥을 싸서 먹으며 에펠탑을 구경하셨다면서 말씀하신다.


  그날 이후, 유럽 여행이 흐지부지 되는 듯했으나,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유럽행 비행기 티켓이 싸게 나온 것이 있다면서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신의 계시다!'라는 생각으로 비행기표를 끊었고, 차차 일정과 숙소를 정해서 결국 2008년 여름방학 때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총 8명이 함께 갔었다. 교장 선생님, 가이드를 맡아 주신 최교수님, 조부장님 부부 내외, 그들과 동기인 권부장님, 그리고 젊은 여자선생님 두 명(한NR,  한JE), 그리고 나. '이런 조합으로도 여행을 갈 수 있구나!'를 알게 해 준 나의 첫 유럽 여행이다.


  16년 전, 꽤 오래된 일들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나의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일정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적는 것보다는, 인물 중심, 사건 중심으로 인상적인 장면과 에피소드들을 적어보려 한다. 적다 보면 이것이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젊은 날의 나를 다시 만나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도화지에 그리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글을 적으면서 첫 유럽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 한다.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은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고 어떤 마음을 가질까?' 하는 것이다. 최대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좋은 내용으로, 아름다운 추억들만 떠오를 수 있게 적어보려 한다. 그럼 그 상대방도 나의 글을 읽으면서 그때의 좋은 추억들 만을 떠올릴 테니. 이 작품을 다 완성하면 그들에게 연락하여 한 번 읽어보며, 다시 2008년 여름으로 되돌아가 보시길 권할 것이다. 아마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이겠지.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신 교장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이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해외여행을 몇 번 더 다녀왔다. 처음이 힘들지, 우선 물꼬를 트고 나니, 다시 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좁은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으로만 살 뻔하였지만,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보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사람은 많은 경험과 여행 속에서 마음이 성장하는 것 같다. 특히 여행을 통해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나왔을 때의 살짝 건조한 공기의 느낌이 아직 기억난다. 유럽의 밤하늘에 떠있던 반달이 한국에서 보던 반달과 사뭇 달랐던 것도 기억난다. 반달 아랫부분이 차있는 살짝 누워있는 반달이었다. 낮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던 모습도, 매일 밤 마시던 술도 이제는 다 추억이 되었다. 내 평생 살면서 가장 뜨거웠던 여름방학. 2008년 그 해 여름방학 유럽 여행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하나 적어보려 한다. '렌터카 밖은 유럽',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 중 '텐트 밖은 유럽'을 패러디한 느낌이 좀 들지만, 이것 만큼 잘 어울리는 제목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내 평생 잊지 못할 13박 14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던 '여름 방학'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 한다. 16년 전의 젊은 나와 지금 마흔이 넘은 내가 다시 만나 떠나는 여행. 지난 기록들을 읽어보며, 사진 파일을 다시 훑어보면서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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