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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n 20. 2024

당신이 남기신 어록들

내 삶을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준 부모님의 말씀들입니다.

  사람이 말을 하다 보면 자주 쓰는 말이 생기고, 말하는 패턴도 생긴다.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 중 너무나도 자주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의 문장을 몇 가지 적어 보려 한다. 이제는 귓가에 들리지 않고 나의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그 말들, 그 목소리를  꿈에서라도 다시 듣고 싶다.


  아버지께서는 술을 참 좋아하셨다. 당신께서는 약주를 과하게 드셔서 고생을 하였다. 젊은 시절에는 과음 후 부부싸움을 자주 했으며, 위에 구멍이나 병원에 입원하신 적도 몇 번 있다. 이 못난 아들도 아버지의 음주 내역을 물려받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출처: 웹, tmon.co.kr


  성인이 된 아들이 술 먹고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시고는 참 마음이 안 좋으셨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 마디 하셨다.

  "술을 베어 먹어라."

  "소주 한 잔을 세 번은 베어 먹어라."

  아버지께서는 몇십 년 술을 마시며 직접 경험하시어, 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생기셨을 거다. 아들에게 술을 마실 때, 원샷을 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마셔라고 당부하셨다.


  나 또한 20년 정도 내 몸을 대상으로 음주 실험을 많이 했기에, 어느 정도 마시면 내 몸 상태가 어떻게 되는지 안다. 그래서 이제는 술을 적당히 마신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술을 베어 먹어라!'는 말을 생각하며 술을 마신다. 하지만 소맥 첫 잔을 마실 때 일곱 모금을 연거푸 들이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후 술을 베어 먹으려 한다.


  결혼 후 아버지께서는 나의 보석 같은 사람을 참 좋아하셨다. 평소와 달리 며느리를 바라볼 때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변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신 말씀에 있다.

  "국이 짜면 물을 더 넣으면 되고,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어서 먹으면 된다."


출처: 블로그, 료니하우스


  결혼하여 부부가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먹는다. 둘 다 초보 살림꾼이다. 여보가 음식을 했을 때 맛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간이 안 맞으면 맞춰서 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음식 투정, 반찬 투정 하지 말고 주는 대로 맛있게 먹어라고 했다. 너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며 밥을 먹어라고 말하셨다.


  결혼 전 부모와 함께 살 때는 끼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취를 하며 밥 해 먹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구나.', '한 끼 잘 차려 먹는 것이 참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여, 여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식사에 대한 절실함과 감사함이 줄어든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내 모습을 염려하신 듯하다. 그리고 초보 주부인 며느리를 걱정하신 듯하다.


출처: 블로그, 그녀의 오두막


  어머니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정자 좋고, 물 좋은 데가 없다.'라는 명언이다. 우리가 삶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다 충족할 수는 없다. 어떤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와중에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간다.


  가장 간단한 예로, 돈을 열심히 벌 때는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반대로 시간이 많을 때는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시절을 떠올려 보면 돈 번다고 이 일 저 일 하다 보면 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반대로 시간이 생겨 친구와 만나 놀고 싶으나 돈이 없어 나가지 못하기도 한다.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나의 이상형에 해당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외모, 성격, 직업 등을 보고 상대방을 판단할 때 '정자 좋고 물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그 명언을 나에게 자주 말해 주었다. 계속 듣다 보니, 그 말을 내 마음속에 새기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두 가치를 모두 충족하고 싶지만 그것이 어려울 때는 전정으로 추구하는 한 가지를 취하고, 남은 하나는 손에서 놓아야 함을 어머니에게서 어릴 때부터 배워 왔던 것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명언을 남기고 있는가? 과연 아이들이 컸을 때 우리 아빠가 했던 말 중에 이 말은 참 생각이 많이 난다는 말이 있을까? 첫째에게 물어봤다.

  "너는 아빠가 너에게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니? 있으면 어떤 말이야?"

  "그거 있잖아. 나 어린이집 다니기 싫어할 때 아빠가 맨날 말했잖아. 좋은 것만 생각해!"


  맞다. 나는 그 말을 참 자주 했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어린이집에 가서 하는 싫어하는 일을 떠올리며 불행해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한 일을 떠올리며 어린이집을 잘 다녀라고.

  "좋은 것만 생각해."

  이 말은 나의 아들이 먼 훗날 나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말일 것이다.


  요즘 내가 둘째에게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일까? 먼 훗날 둘째가 나를 추억할 때 내가 말했던 어떤 문장을 떠올릴까? 애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멋진 문장을 아이들에게 선물로 남겨주고 싶은 아빠이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그리 하셨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의 귓가에 내 목소리가 맴돌도록 멋진 문장들을 정선하여 사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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