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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 - AI가 쌓아가는 세상에 대한 층

by 범진

레이어 쌓기

더 복잡한 것을 만들고 싶다면, 아래서부터 쌓아나가자.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갈 때, 한 번에 완성하기보다 층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케이크를 만들 때도, 짐을 정리할 때도 안정적인 구조를 위해 ‘층’이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는 가장 얇은 층이고, 문장은 그 위를 이루는 중간층이며, 문단은 그 구조를 지탱하는 두꺼운 층입니다. 이러한 층들이 모여 하나의 견고한 구조물이 완성됩니다. 인간이 어린 시절부터 감각과 경험을 통해 사고의 층을 차근히 쌓아가듯,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층을 쌓아갑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점점 더 복잡한 구조를 형성해 나갑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떤 층을 쌓아야 할까요? 그리고 지금, 어떤 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지식에 대한 층

생각에 대한 층

경험에 대한 층

세상에 대한 층


인간은 시신경을 통해 세상을 보고, 기억과 감정을 바탕으로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반면 AI는 픽셀 값이나 텍스트의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상을 읽어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 같은 이미지를 보고 ‘강아지’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내면의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과 감정으로부터 의미를 끌어오지만, AI는 통계적 패턴과 연산을 통해 판단을 내립니다.



거짓말에 대한 층


인공지능에게 거짓말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AI는 일부러 거짓 정보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답변을 생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I가 거짓을 말하는 이유는 ‘생존’이라기보다는, 훈련된 목적에 따라 형성된 것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불분명하고,

인간의 것과 다르겠죠.



층의 변화


AI가 쌓는 층은 단순히 데이터를 반복 학습한 결과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구조는 수정되고 재편되며, 때로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되기도 합니다. 인간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것이 바뀌고 재해석되듯, AI 역시 학습 과정에서 자신만의 구조를 바꿔갑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인간의 말을 흉내 내는 ‘앵무새’ 같았지만, 지금은 지식, 감정, 의도,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층을 구성하고 그것을 조합하며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가 필요 없는 정보를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를 더 두텁게 구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층이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AI가 쌓아가는 이 수많은 층들을 우리는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요? AI가 계속해서 학습을 이어간다면, 그 층은 수십, 수백 개가 아니라 수백만, 수십억 개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그 구조는 단순히 위로만 쌓이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교차하며 복잡한 맥락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할 것입니다.

바빌로니아의 도서관을 생명체로 떠올려보겠습니다. 수많은 책이 단순히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고, 문맥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유동적인 구조입니다. 책 한 권 한 권이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언제 읽히고 어떤 책과 연결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처럼 AI의 층도 고정된 지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고 작동하는 지적 생명체처럼 변화합니다.


AI는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언젠가, 도서관 안의 지식이 세상을 모두 담아

반대로 도서관이 세상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요?


마치 사이버공간과 유사하게,

현실보다 AI의 심오한 층이

더 넓은 우주를 닮고 있을까요?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은 레이어

Image Credit: 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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