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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rkim Oct 17. 2023

언제 "진짜" 의사가 될 건데?

미국은 인턴과 레지던시 그리고 펠로쉽 과정의 기간이 전공마다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전공의 경우, 의대 졸업 후에 바로 자기가 원하는 전공의 레지던트 과정에 지원하여 전공의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 레지던트 1년 차 과정이 인턴과정으로 인식되는 식이다. 보통 레지던시 과정은 전공과목에 따라서, 짧게는 3년에서 (내과), 길게는 7년까지 (신경외과)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좀 더 세분화된 전공을 하고 싶을 경우, 펠로쉽을 지원하게 되어서 세부 분과 전공으로 수련을 이어나가게 마련이다. 이 펠로쉽의 기간 또한 천차만별인데,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4-5년까지 다양한 케이스이다. 그리고 보통 PGY(Post-graduate year)로 몇 년 차 수련의인지 지칭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턴의 경우, 보통 PGY-1인 셈이다.  


나의 경우, 난 의대를 졸업하고 일반내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진학하였고, 총 3년의 기간 동안 내과 수련의과정을 마쳤다. 그 이후에는 심장내과로 분과 전공을 하기 위해 펠로우쉽에 지원했는데, 공식적으론 심장내과 분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3년의 펠로쉽이 요구된다. 다만 몇몇 펠로쉽 프로그램들은 수련과정에 리서치 수련과정을 포함시키곤 하는데,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남들보다 1년 더 시간을 보내서, 4년간의 심장내과 펠로쉽을 마쳤다. 


그런데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심장내과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서도 더 나뉘는 세부분과들이 많은데, 나의 경우에는 심부전과 심장이식을 세부전공을 하고 싶었고, 그렇다 보니 일반 심장내과 펠로쉽 전공 이후에도 또다시 1년의 추가 수련기간을 펠로쉽으로 마치게 되었다. 또 이를 위해서 애틀랜타를 떠나서 보스턴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정리해 보자면, 일반내과 3년 + 심장내과 4년 + 심부전/심장이식 세부전공 1년을 통틀어서 난 PGY-8으로 수련의 과정을 마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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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4학년 때,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앞으로 전공할 과를 정하면서 생각하는 요소 중에 하나가, 수련기간이다. 전공분야마다 레지던시 기간이 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관심과 희망분야도 중요하지만, 수련기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했다. 나의 경우, 내과는 총 3년뿐이었기에 마음이 좀 가뿐했다고 해야 하나. 그 당시 나는 내 수련기간이 총 8년까지 늘어나리라고 꿈에도 생각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의대 3학년 때 알게 되었던 외과 치프레지던트가 있는데, 나에게 무슨 전공하고 싶냐고 물으면서, 자기는 PGY-10이라고 했고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 진로 조언을 해주기엔 어렵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그렇다 보니 그 치프레지던트는 나와 무언가 모를 세대차이가 존재하는 듯했고, 오히려 젊은 내과 교수님들보다도 나이도 많았고, 의대도 더 먼저 졸업했을 테다. 그래서 그 당시 난 스스로 다짐했다 난 저렇게 길게 수련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런데 웬걸. 이제 와서 보니, 비록 10년은 채우지 못했지만, 난 8년이란 시간을 수련의로서 내 30대의 대부분을 보냈다. 


과연 8년이란 기간의 수련을 통해서 난 그만큼 더 좋은 그리고 실력 있는 의사가 되었을까?


PGY-8의 마지막 날 찍은 병원 밖 풍경. 의대, 레지던시, 그리고 2개의 펠로쉽으로 이어지던 긴 수련기간에 마침표를 찍던 그날. 이제 정말 끝나도 되는 건가 싶었다. 


막상 모든 공식적인 수련기간을 마치고, 정식 어텐딩으로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보니, 비록 수련의라는 신분은 벗어났지만, 난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인 것 같다. 단지 더 이상 공식적인 수련 프로그램 안에서 배워나간다기보단, 이젠 스스로 알아서 찾아보고, 선배의사들에게 찾아가 물어보기도 하고, 뭔가 스스로 공부하고 배워 나가는 것이 다른 점일 뿐. 


10년 전, 또는 20년 전 내가 동경하던 의사의 모습은 대단한 지식들과 통찰력을 가지고 아픈 환자들을 구해주는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막상 내가 이제 그 자리에 서있어 보니,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긴 수련의 시간만큼 보고 듣고 배운 것은 많은 것 같지만, 환자를 보는 일은 언제나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그 안에서 한 명의 의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진료를 하고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하루하루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그 책임감과 무게감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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