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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by 석현준 Ma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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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물들던 날

 화려하게 하늘이 밝아지던 밤


어느 여름날 밤에 우리는 아무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찬란하게 가르고 올라간 작은 불꽃이 잠시 피었다 져버렸고 우리는 그 마법과 같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불꽃의 씨앗들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잠시 적막이 흐른 후 하늘에는 수많은 색의 꽃들이 피어나 닿을 수 없는 꽃길을 만들어냈다.


탄성이 흘러나올 만큼 황홀했고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불꽃들은 또다시 터졌다. 불꽃들은 하얀 길을 만들며 여러 갈래로 날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하늘에서는 불꽃이 터지고 사라졌지만 내 곁엔 네가 있었다. 넌 환한 불꽃놀이에 살포시 가려져있는 작은 별이었다. 이제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르려는, 다른 꽃들처럼 예쁘게 만개하는 꽃이 되려고 한다. 불꽃놀이는 짧았다. 커다란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짧았다. 하지만 검은 밤하늘을 수놓을 정도로 화려했고 모두가 우러러 볼만큼 웅장했지.


불꽃놀이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비운 어쩌면 야심한 늦은 밤이었고 아니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매우 이른 새벽이었던 그 시간에 나는 불꽃놀이를 본 그곳으로 향했다. 아마 평소 같으면 침대 속에서 잠에 취해있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머릿속은 언제보다 총명했고 눈에는 생기가 가득 차 있었다. 저녁때 보았던 불꽃놀이와 우리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머리를 식히러 그곳으로 나왔다. 왠지 나와서 걷고 싶은 느낌이었기에 발이 가는 곳으로 걸으니 거기였다.


한 여름이었기에 별로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 상쾌했다. 그리고 나는 누워서 별들을 보았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보였고 부드러운 여명(黎明)의 빛이 퍼지면서 검푸른 하늘은 서서히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하늘을 보고 있던 내 마음은 점점 비워졌다. 그리고 딱 하나 남은 것이 있었는데 너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몇 번이고 다직했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 없던 나이기에, 평생을 나를 위한 행복만 추구해 오던 나였지만 지금부턴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가 진심으로 웃기를 바란다.'


청춘, 화양연화 둘 다 아름답게 피었다 꽃잎들이 떨어지겠지? 아무렴 어때,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도 몇 번이고 다시 생각났는데 그리고 내 마음속에, 네 마음속에서도 수도 없이 불꽃은 다시 날아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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