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완벽함은 오히려 실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성질을 띤다.
경험으로 알게 된 완벽 주의 개념과 널리 알려진 완벽함과의 차이점을 작성해 본다.
널리 알려진 완벽함은 보통 작은 실수 하나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작은 부분조차 넘기지 못할 정도로 꼼꼼하며 세밀하게 정돈해 가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실수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완벽의 개념이다.
그림에서는 이런류의 완벽함이 큰 도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초반에 연습을 해 가는 과정에서 실수는 당연하게 일어난다. 형태, 색감, 명도, 분위기, 스타일, 등 생각한 것처럼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완벽주의가 과정을 진행하는데 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완벽하게 그리고 싶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과 성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마음가짐이 된다.
그림은 시각 미술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각이라는 것은 감각 기관 중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그동안 봐왔던 이미지와 조금만 달라도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다.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지만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예민한 시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완벽이란 개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꿀 것인가?
그림에서 완벽함을 적용하려면, 그림이 어떤 행위이며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그림은 시각미술이며 평면조형에 속한다. 평면에서 구체적인 형상과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종이, 나무, 돌, 벽면, 캔버스, 모니터 화면 등. 평면 공간에 원하는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감, 입체감, 감각적으로 만들 수 있다. 평면에만 존재하는 선으로 드로잉, 만화, 일러스트 등의 장르도 만들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만들다'라는 개념을 예시를 통하여 조금 더 정리해 본다.
ex) 주제-나무
평면에 만들어 보기 전에 간단한 마인드맵을 구성한다.
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 - 화창한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등.
종류 - 침엽수, 활엽수
소스를 활용하여 콘셉트를 잡아본다.
화창한 여름날 잎이 무성하고 나뭇가지도 많은 키 큰 활엽수 나무.
이 나무를 완벽하게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무줄기를 이루고 있는 나뭇결 질감. 줄기에서 뻗어나가는 큰 가지와 작은 가지. 눈으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나뭇잎의 양. 그리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거나 실제로 봤을 때 우리의 예민한 눈에는 하나하나 잘 보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완벽의 개념이 하나하나의 위치나 모양. 색을 모두 똑같이 그리려고 하는 것으로 잘못 자리 잡아 있을 수가 있다. 이렇게 똑같이 표현하면 하이퍼 리얼리즘 장르로 구성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작은 바람만 불어도 그 나무에 나뭇잎과 가지가 흔들리며 위치가 바뀐다. 나무뿐만 아니라 정물이 아닌 이상 동물, 인물, 자연물 모두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장면 하나를 그대로 옮겨 그린다고 해서 완벽이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대상의 특징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환경 안에 대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나무 기둥의 나뭇결의 패턴을 파악하고 규칙을 만들어 본다. 세로결, 가로결을 나누어 길이와 깊이를 설정하한다. 나뭇가지의 시작점과 끝점을 보고 중간에 붙어 있는 작은 나뭇가지의 뻗는 방향과 밀도를 맞추어 구성한다. 나뭇잎의 갈래와 끝처리 모양을 정리해 본다.
설정이 디테일할수록 주관은 뚜렷해진다.
대상이 가진 포인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과정에서 설정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담아서 만들어내는 과정을 연습한다. 이렇게 접근했을 때 나뭇잎이 몇 개가 부족하거나 나뭇가지 위치가 아래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갔다. 짧아졌다. 등 대상과 똑같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가 있게 된다.
오히려 그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며 그릴 수 있는 단계. 평면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완벽주의가 추구해야 될 방향이다.
물론 연습과정에서는 똑같이 그려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의 표현력을 확인해 봐야 주관에 대한 의심이 줄어들고 확신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넘어섰다면 특징을 찾아내고 구현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대상과 비교하여 시각적인 완벽함 추구는 작은 집착으로 분류된다. 그림의 큰 개념으로 환기시켜보자. 대상을 구현해 나가는 창조 관점에 완벽함으로 변환시켜하는 타이밍을 가져야 한다.
완벽함은 과정을 끌어가는 방향성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