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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회승 Jun 26. 2023

8화.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다(2)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그날, 자정 문제의 회원모의 전화를 받고, 잠자리에 들면서 회의감, 당혹감, 두려움까지 느끼며,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들었다.      


다음날, 센터 교육 및 회의시간에 선생님들과 팀장님, 그리고 국장님께 얘기를 했다.

“국장님, 그 회원모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휴회처리를 했음에도 밤 12시에 술 먹고 전화하고 10년 넘게 강사 생활을 했지만 저런 엄마 처음이에요... 게다가 그 애가 저의 딸아이랑 같은 반 아이라... 딸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됩니다. 어떻게 빨리 이 일 처리 좀...”

“네! 알았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오늘 팀장에게 그 회원모를 찾아가라고 할 거예요. 더 이상 전화하지 않도록 단단히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장님께 보고는 들였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이런 일까지 겪으면서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머릿속은 온통 혼돈 그 자체였다. 그리고 가장 걱정되는 건 어린 딸아이였다.      


그날 저녁, 팀장님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를 들었다.

“선생님, 오늘 그 회원모랑 만나서 선생님께 더 이상 전화하지 않도록 얘기 잘 들였어요. 책 선물까지 잔뜩 갖다 주며 간곡히 당부까지 드렸으니 더 이상 전화 안 할 거예요.”

“정말 그럴까요? 혹여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지는 않겠죠.”

“그렇게까지야 하겠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혹 공부방까지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고, 문도 안 열어주면 되죠.”

“아! 정말, 수업하는데 찾아오면...”

“선생님!... 이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면 이 일 못해요!”      


그래, 잊자! 신경 쓰지 말자.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수업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혹여 어린 딸아이가 같은 반 아이라 옆에서 듣고 눈치챌까 딸아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며칠이 지나도 잠잠해져 이제 이대로 종결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후로 며칠 뒤, 전혀 얘기도 해보지 않던 한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000 공부방이죠!”

“네! 그렇습니다. 무슨 일...”

“나, 000 엄마예요. 000 엄마 아시죠.”

“아, 네!...” 문제의 회원 모이다.

“000 엄마 말로는 우리 험담을 했다는 얘기를 하던데 그게 사실이에요.”

“네! 험담이요? 제가 공부방 하느라 늘 바빠, 밖에 나갈 시간도 없는데.. 험담이라뇨.”     


문제의 회원모는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에게 내가 말 한번 건넨 적 없는 엄마들의 험담을 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던 것이다. 게다가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 나를 왕따를 시키는 등 내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고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 유언비어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딸아이 유치원선생님과의 상담차 통화로 알게 됐다. 그 문제의 회원아이가 유치원에서도 유치원의 한 아이와 문제를 일으켜, 그 얘기 도중 공부방 얘기와 나와 그 일을 듣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유치원 딸아이 픽업하러 지나다니다 겨우 얼굴 몇 번 본 이름도 모르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그 엄마가 당장 우리 공부방으로 뛰어온다는 걸 겨우 진정시키고, 공부방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나 해명까지 해야 했다.

“우리 엄마들 험담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아니요. 저는 그런 적이 전혀 없습니다. 매일 수업을 합니다. 누구와 그런 사담을 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회원모는 공부방 회원 모라 배려차원에서 몇 번 통화를 한 것뿐. 저 신념이기도 하고 규정상 회원들 얘기는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히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진짜 안 했단 거예요.”

“네! 그 회원모 다니는 동안, 곤욕을 치른 건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수업하는데 낮에 술 먹고 갑자기 들어오질 않나, 그건 뭐 개인 취향이라고 하죠. 그런데 저의 공부방 한 아이가 그 회원모 아이와 놀이터에서 둘이 같이 놀다가 물 좀 가져다 달라고 시켰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주말에 저한테 갑자기 전화를 걸어 따지겠다고 그 물 가져다 달라고 한 아이회원모의 집을 알려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일하는 저한테 하루에 몇 번씩 전화를 걸고, 또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어 술 한잔 하지고 하질 않나. 정말 학원강사 생활 10년 넘게 했지만 이런 개념 없는 어머님은 보다 보다 생전 처음입니다. 그걸 일일이 다 받아준 점이 제 잘못이라면 잘못입니다. 허지만 지금은 제가 그분한테 이게 도대체 뭐 하시는 거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동안 회원이니 따지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요.”

“아!... 참나! 그랬군요.”     


나의 얘기를 다 들은 유치원 엄마는 탄식을 하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제대로 된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그 후로, 나와 그 문제의 회원모의 처지는 부침개 뒤집듯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그러자, 외려 문제의 회원모는 우리 딸아이랑 친하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지만, 그 말을 믿는 엄마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필요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섬, 때때로 멀리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 후로, 1년 뒤, 늘 바쁜 엄마와는 다르게 고맙게도 딸아이는 너무 잘 자라줘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앞으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팀장님과 공부방 홍보를 위해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팀장님과 거리를 두며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팀장님 앞으로 한 엄마가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얘기를 나눈 후, 그 회원모의 전화번호를 적는 듯 메모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그 문제의 회원 모이다. 팀장님이 나에게 그 회원모를 데리고 와 소개를 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공부방 문의하시는 어머님이세요!”

‘오! 마이 갓!’     


정말 이보다 더 최악의 진상일 수 없다...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사람 사이에 섬을 두고 싶지는 않지만, 때로는 서로를 위해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게 코로나 3년을 버 내고, 지금까지 공부방을 운영하는 나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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