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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 Aug 27. 2023

7화. 내 아이를 한 반에 두지 않는 이유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공부방 회원모집은 문제의 회원모 일이 있은 후, 정말 액땜을 했던 건지, 그동안 꾸준히 한 길거리 홍보와 전단지를 돌린 효과가 있었던 건지, 몇 건의 상담 전화와 소개를 계기로 회원은 꾸준히 증가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한층 노련해진 나를 보게 되었고, 나름 상담력도 길러지게 되었다. 나는 점차 엄마에서 워킹맘으로 당당한 사회인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아니 결혼 전 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국장님 말씀대로 6개월 동안 뛰어다닌 것이 헛짓을 하며 보낸 건 아니었다. 뭐든 넘어져 봐야 다시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 듯, 실패와 실수란 경험도 나를 성장시켜 주는 디딤돌인 것이다.     



공부방 초창기 때는, 회원이 없어 겨우 한 타임을 수업하는 상황이었다. 공부방 아이들이 없으니 딸아이도 공부방 회원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했다. 그동안 회원들이 없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이 회원들이 늘어나며 생기기 시작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고,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좋은 일이 뒤에는 문제도 함께 따라오는 것이 인생이치인가 보다.     


딸아이도 다른 공부방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 공부방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새로 입회된 두 명의 초등 1학년 여자아이들이 딸아이와 연령이 비슷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함께 했다.      


우리 지역에서 7년간 공부방을 운영해 온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동료 공부방 강선생님이 있다. 강선생님은 두 딸을 자녀로 두고 있었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할 때는, 둘 다 초등학생이었다. 그런데, 공부방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자녀들을 공부방 회원들과 함께 수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그 점이 좀 의아해 물었다.

“선생님! 수업할 때 공부방 아이들과 자녀분들과 함께 하면 편하실 텐데 왜 번거롭게 따로 수업을 하세요.?”

“다른 선생님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따로 하는 게 편하더라구요. 왜 학교 선생님들도 자신의 자녀를 한 반에 두지를 않는다고 하잖아요.”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일할 때, 동료 선생님들조차도 자녀를 자신이 일하는 학원에 부르지 않거나, 부르더라도 한 반에 두지를 않았다. 나는 그때도 그 점을 의아해했었다.      


그날도 신입여학생 두 명과 딸아이와 기존에 있던 남학생 또 새로 입회된 남학생이 있어 함께 수업을 했다. 수업 도중, 딸아이가 질문을 해 답변을 해주고, 공부도 봐주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해를 잘하길래 기특해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옆에서 듣던 신입 여학생 한 명이 눈을 크게 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딸아이에게 쏘아붙이듯이 말을 했다.

“넌, 그것도 모르니 참내 쯧쯧쯧!”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기분이 썩 좋지를 않았지만, 그 아이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묵묵히 쏘아붙이듯이 말하던 그 여학생에게 가서 외려 다정히 말을 걸었다.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수업하는 책 보자!”

“선생님 딸이라고 편드시는 거예요.”

“어! 뭐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

“에이! 맞는 거 같은데요. 맞지, 그치!”

옆에서 함께 수업하는 친구를 보며 부추기려 동조를 구하는 듯했다.     


나는 그 여학생의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동료 공부방 선생님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공부방을 하면서 자녀분을 단 한 번도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과거 동료 학원 선생님들도 자녀분을 왜 한 반에 들이지 않았는지도 알게 됐다. 세상에 배움 없는 경험은 없다.      


공부방에 아이들 교재 꽂아두는 파일이 있다. 각자 아이들의 이름을 써서 책꽂이에 꽂아 놓아두었는데, 그곳에 딸아이의 것도 이름을 써서 공부방 아이들 것과 함께 꽂아두었다. 공부방 아이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교재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런데 쏘아붙이던 그 신입여학생이 나가다가 딸아이의 교재 파일을 보며 한마디 했다.

“선생님! 이거 무슨 교재예요. 처음 보는 교잰데요.”

“어! 그거 이번에 새로 나온 교재라 보려고 꽂아놓은 거야!”

“에이! 자기 딸이라고... 칫!”     


그 후로도 딸아이는 몇 번을 더 공부방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는 나 또한 더 이상 딸아이를 공부방에 두지 않았다. 몇 번의 수업을 더 할 때, 딸아이가 잘했어도 칭찬 섞인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딸아이에게 눈길이나 농담조차도 하지 않았다. 외려, 공부방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는 야단 한번 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지만, 딸아이가 문제를 잘못 풀 거나 실수를 했을 때는 선생님이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눈물 찔끔 나게 심하게 야단을 쳤다.


내 딸아이라는 이유로 항상 공부방아이들보다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 대신 야단을 맞는 것은 딸아이 몫이 될 수밖에 없으며, 칭찬을 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선생님들이 내 아이를 한 반에 두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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