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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 Aug 27. 2023

5화. 다시 무한 경쟁 사회 속으로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지난주 우리 지국 교사성장 현황입니다.”

스크린에 보이는 건 우리 지국 모든 선생님들의 입회 현황, 총 과목 수, 때론 선생님들의 급여까지 공개된다. 물론 급여가 높으신 선생님들의 급여 위주다. 정말 높은 급여를 자랑하는 선생님들은 웬만한 기업의 월급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백 퍼센트 실적 위주의 경쟁이다. 서로가 동료이기도 하지만 라이벌이 되기도 한 것이다.      


영문과 출신의 까칠한 성격의 심선생님 또한 많은 회원들과 내 귀를 의심할만한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6년 차 선생님이었던 심선생님은 아들만 넷을 둔 워킹맘이다. 많은 회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과외까지 하고 있었다. 그녀의 카리스마가 살짝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바짝 날 선 칼날 같은 그녀의 말투는 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한 번은 회의를 하던 중, 잠깐 쉬는 시간에 가볍게 찌개를 끓이고 남은 두부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얘기를 정선생님과 나누고 있었다.

“저는 쓰고 남은 두부를 정수기물에 담가 보관을 해요.”

“어머, 아니에요. 선생님 두부를 오래 보관하려면요. 정수기 물 말고 수돗물로 보관하세요. 정수기물은 수돗물보다 지나치게 미생물을 걸러내어 외려 두부를 쉽게 상하게 해요,”

“아! 그래요.”

이 말을 옆에서 듣던 심선생님은 그대로 우리들의 말을 무 자르듯이 바로 잘라 버렸다.

“어떻게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이 그것도 몰라.”

빈정대는 듯한 그녀의 말에 바짝 긴장한 신입선생님 대신 이제 다 큰 자녀를 둔, 인생 선배의 여유인지 정선생님이 심선생님의 말을 미소로 대신 거들어주었다.

“심선생 나이가 많다고 모두 다 아는 게 아니야.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자연스레 배우며 성장하는 거지.”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도 살지 못한다. 물고기 물을 갈 때도 적당한 미생물의 활성화를 위해 박테리아 활성제등을 넣는다. 어쩜 이곳에서 내가 어릴 적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헬렌켈러의 설리번 선생님의 모습을 여기서 찾는 건 바보 같은 짓일지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일의 활성화를 위한 활성제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규율에 철저히 나를 맞춰야 하고, 급여와 실적들이 나의 활성제이며, 나의 명함인 것이다. 막막함에 심선생님을 보며 나의 6년 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밀려오는 부담감과 낯선 상황, 나의 성향과는 동떨어진 여기 규율에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외려 두려움이 앞섰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 다른 아파트단지 공부방에서 같은 학습지를 하고 있던 학생이 우리 아파트 학생이어서 바로 내 공부방으로 올 수 있었다. 첫 시작은 다행히 학생 0명이 아닌 학생 1명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연고도 없는 곳에서 학생모집을 위한 전쟁은 아직 시작 전이었다. 매일 200장~300장 되는 전단지를 만드는 일부터 우리 공부방 알리기 위해 주변의 아파트를 두 발로 두 다리로 뛰어다니며 매일 1시간씩 만든 전단지를 돌렸으며,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이면 파라솔 하나 펴고 지나가는 아이들 어머니만 보면, 전단지를 주며 홍보하였다.      


아이들 학교 등교하는 날, 하교하는 날, 아파트 유치원 차량 정류소마다 다니며 전단지를 돌렸고, 평소에도 우리 아파트를 지나다니는 어린이 학부모 어머니들만 보면 전단지 주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동안 학원강단에만 서서 수업만 하던 내가, 게다가 낯가림도 심했던 내가 공부방 학생 모집하겠다고, 얼굴에 철판 깔고 이 말도 안 되는 홍보를 장장 6개월 동안 수업을 해가며 시간 날 때마다 쉼 없이 뛰어다니며 했던 것이다.


어느 날, 순간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서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정신없이 말도 안 되게 뛰어다녔는지 그제야 알았을 정도이다. 그렇게 수많은 전단지를 뿌리며 뛰어다녔지만 단 2명의 전화문의와 겨우 1명이 입회되었다, 처음 홍보와 신입회원을 약속했던 터라 나름 화가 나기도 하고 신입선생님의 고충 아님 고됨 정도의 앓는 소리를 센터 국장님께 얘기했다.

“국장님! 회원모집과 홍보 도와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지금 힘든 거 아는데요. 지금 하시는 홍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거라고 생각지 마세요. 지금 노력하신 것들이 추후에 반드시 결과물로 돌아올 겁니다.”

섭섭하기만 했던 그때는 국장님의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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