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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 Jun 12. 2023

6화.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다(1)

7년 만에 다시 당당한 워킹맘으로... 워킹맘 출근기

이번 홍보로 유일하게 입회된 학생은 내 딸아이와 같은 반 7살 신입유치원생이었다. 살짝 내 아이와 같은 반, 게다가 신입 유치원생이라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오픈 한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 외려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싶은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학생의 어머니가 지나치리만큼 내게 자주 전화해 여느 엄마들의 신변잡기적 수다를 해왔다. 부담스러웠지만 공부방 학생이라 말도 못 하고, 응대 차원에 어쩔 수 없이 상대는 했었다. 어쩔 땐 1시간가량 되는 꽤 긴 전화까지 일일이 다 받아주기는 것이 맞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맞지 않은  7년간 쉰 초입 선생님의 서툰 행동이었다.


문제의 그날,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신입학생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유독 다른 날보다 집중을 잘하지 못했고, 이해도 하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함에 평상시보다 언성을 높여 크게 설명을 했었다. 그러자 아이가 갑작스레 이유 없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방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마주 보며 앉아 공부하던 학생도 왜 저러지? 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나 또한 인과관계도 없는 아이의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대로 수업을 마쳤다.     




그날, 늦은 저녁 문제의 학생 어머니는 내게 전화해 다짜고짜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아이 왜 때렸어? 왜 때렸냐고!”

맑은 날 이 무슨 날벼락같은 말인지, 나야말로 뒤통수 한 대 세게 맞은 양 멍해져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무슨 말씀은 무슨 말, 아이가 밥 먹는데 밥상머리 앞에서 뭔 말도 안 했는데, 갑자기 머리를 손으로 감싸는 시늉을 하던데...”

 ‘네? “


신입으로 들어온 7살짜리 아이가 집에 가서 공부방 선생님이 머리를 때렸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엄마에게 했던 것이다. 문제의 신입 어머니는 아이의 말만 그대로 믿고 내게 전화를 해 따졌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상황 얘기를 해도 전혀 믿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따지는 문제의 회원 모를 난생처음 겪는 나는 몹시 당혹스러웠지만, 침착하자며 스스로를 달랬고, 다음 날, 센터 국장님께 보고를 했다.      


내가 회사소속이 아닌 개인공부방을 했다면, 나의 성격에 이런 막무가내로 덤비는 어머니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유명학습지회사에 소속이 되어있었고, 문제의 회원모도 보고에 의해 회사 내의 규율에 따라서 해결을 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그 문제의 회원모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혀 다행히도 휴회 처리를 하게 됐다.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다음 주 월요일, 돌연 문제의 어머니가 나의 공부방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다니고 싶다고, 나는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저 그 회원모의 말을 묵묵히 다 들은 후, 차분하지만 단호히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이미 센터에 휴회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을 감당하기가 좀 힘들어 가르치기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내 말에 회원모의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그대로 마무리가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후로 며칠 뒤, 문제의 회원모는 모두 다 잠든 깊은 한밤중에 난데없이 내게 전화를 했다.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뭔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내 돈 내놔! 내 돈 내놓라고.”

“이 한밤중에 도대체 뭐 하시는 건가요. 제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저 회사에 소속된 사람입니다. 회비 관련 건은 센터에서 알아서...”

“선생이면 다야. 사람 말 무시하는 거야 뭐야. 내 돈 내놔!”     


이보다 더 진상일 수 아니 최악일 수 없다. 내 공부방 오픈 기념 최고의 액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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