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tin (구내식당)
깐띤.
쇼핑몰 푸드코트는 비싸다.
내 지갑은 얇다.
그래서 이 둘은 만날 수가 없다.
현지식을 먹어야 한다.
현지인들도 밥을 먹어야 한다.
점심시간에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뒤를 따른다.
쇼핑몰 지하 2층,
주차된 차를 피해 걷고 또 걸어 직장인들의 성지를 발견한다.
반찬 가득 2,000원짜리 식사와 과일 듬뿍 1,000원짜리 생과일주스가 성지를 빛낸다.
중독을 불러오는 가성비다.
취업을 했다.
지갑은 두꺼워졌다.
어디든 갈 수가 있다.
그래도 내 선택은 구내식당, 깐띤 이다.
사무실이 있던 빌딩은 월세가 너무 비싸 깐띤이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점심시간만 되면 서부개척시대의 카우보이에 빙의해 길을 나선다.
카우보이가 소 무리를 따르듯, 직장인 무리 뒤를 따라 걷는다.
직장인 무리는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하루는
가격은 저렴하나 야외에 있어 사우나에서 밥 먹는 체험을 시켜주는 곳.
하루는
사람이 많아 밥만 먹었을 뿐인데 점심시간이 끝나는 곳.
하루는
가격이 비싸고 맛도 없지만, 손님도 없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또 하루는….
수많은 깐띤을 돌고 돌아도,
주머니 가벼울 적 먹던 깐띤만한 곳을 찾지 못한다.
힘들 때 함께한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는 배만 채우면 됐던 건지.
지금은 배도 채워야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