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진, 첫 정전.
비행기에서 내리던 밤.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자카르타 시내를 지나 허름한 숙소로 향한다.
이름뿐인 호텔,
눅눅한 이불위에 곰팡이 냄새나는 에어컨 바람을 이불삼아 잠이든다.
햇빛도 찾아오지 못하는 어두운 방.
흔들리는 침대에서 눈을 뜬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수많은 목숨을 머금고 사라졌지만,
남은 이들은 지진이 남기고 간 정전에 힘겨워해야 했다.
뜨거운 사막 위 오아시스에 사람이 몰리는 것처럼,
비상 발전기를 돌려 에어컨 바람을 내뿜는 쇼핑몰로 사람들은 몰려든다.
쇼핑몰 카페에 자리가 없다.
맨바닥에 주저앉은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가 보인다.
이곳은 재해의 현장인가.
아니면 문명의 이기를 탐하는 자리인가.
폐점시간이 지났음에도 집에 가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보내려는 직원들.
어둠에 휩싸인 골목을 지나 호텔에 돌아왔건만.
이름뿐인 호텔은 여전히 어둠에 빠져있다.
곰팡이 냄새나는 이불 없이 침대에 눕는다.
밤새 흐르는 땀에 눅눅한 이불이 축축해진다.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지긋지긋해질 지진과 당연해질 정전의 시작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