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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휴양지 맞아요

수술실 CCTV의무화법, 권대희법

by 서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병원에서 제일 은밀한, 비밀스러운 곳 중의 하나는 수술실이다. 수술 중에 어떤 일이 일어지는지 환자나 보호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환자는 마취 중이고 보호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수술실 CCTV의무화법(일명 권대희법)'인 '의료법개정안(의료법 38조의 2)'이 2023년 9월 25일 시행되기도 했다.


CCTV 의무화로 수술실이 덜 비밀스러운 곳으로 된 것 같지만 여전히 수술 후 민원은 발생한다. 수술 후 민원은 대부분 의료사고 여부를 다룬다. 따라서 예민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고객의 민원이 접수되면 의사의 소견을 받아서 판단하게 된다. 만일, 병원의 과실이 있다면 병원차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병원에서 가입한 보험회사의 판단을 받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서 중재된다. 이렇게도 안되면 소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간단한 수술을 진행한 환자로부터 민원이 접수되었다. 본인의 수술 중 의사와 간호사가 잡담을 하면서 수술진행하여서 수술에 전념하지 않았다는 민원이었다. 어떻게 들었냐고 하니 본인은 부분마취수술이어서 들었다고 한다. 간단한 수술은 대부분 전신마취보다는 부분마취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환자는 수술 중 의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냐고 물으니 의사와 간호사가 여름휴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였냐고 물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여름휴가지로 어디가 좋을까요? 오키나와가 휴양지 맞아요? (의사)

"저도 잘 모르겠네요."(간호사)

대화중 갑자기

"오키나와, 휴양지 맞아요. 거기 좋아요."(환자)

(의사, 간호사가 순간 당황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의사, 간호사)

"제가 일본유학을 해서 일본에서 오래 살았어요."(환자)


이렇게 수술실에서 수술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수술 중에는 긴장이 완화되어 즐거웠지만,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의사, 간호사가 수술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민원을 제기한다고 했다. 수술결과는 어떠시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해당 의사, 간호사에게 이야기해서 수술 중 잡담을 삼가도록 주의조치하겠다고 하고 마무리되었다.


예전에 겸임교수로 대학강의를 하던 시절 생각이 났다. 봄이나 가을볕 좋은 날에 3시간 연강을 하는 날에는 실내에서 오랜 시간 강의만 하기는 서로가 힘들다. 이럴 때, 학생들은 야외수업을 하자고 하거나, 쉬는 시간을 한 번만 가지고 강의를 빨리 끝내자고 요구한다. 강의하는 사람도 인간인지라 요구대로 할 때가 있다. 서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학기를 마치면 학생이 교수에 대해서 강의평가를 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감히 스승을 평가하는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강의평가 결과를 읽고 큰 충격에 빠졌다.


"교수님은 강의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강의를 일찍 끝낼 때가 있다."


환자에게는 평생에 한 번 받는 수술이 대부분이지만, 의료진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 양 극단은 간극이 매우 넓어 보인다. 하지만 수술은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 따라서, 수술현장에서는 융통성이 규칙이나 원칙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이 아래는 안 읽으셔도 됩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일명 권대희법)


법안의 배경

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권대희 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져 이른바 '권대희법'으로 불립니다.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권 씨 유족이 입수한 수술실 CCTV 화면이 공개되며 파장을 불러왔고, 이 CCTV가 집도의에 대한 검찰의 의료법 위반 혐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법률 내용 (의료법 제38조의 2)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여야 합니다.


주요 내용

설치 의무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

촬영 범위

촬영해야 하는 수술 장면의 범위는 마취 시작 시점부터 환자의 수술실 퇴실까지입니다.

촬영 요청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합니다.


법안의 목적

수술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집도의가 아닌 의료진이 수술을 이어가는 이른바 '대리수술'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권대희 사건의 결말

안면윤곽수술 후 과다출혈로 사망한 권대희 씨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원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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