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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언저리

by 이준석


위기와 혼란 속에서,

마음이 나를 드러낼 것인지 혹은 내가 마음을 경험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나는 가치의 언저리에서,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기 위해 마음의 경험을 관조한다.




라자스탄 주의 대표 도시 자이푸르(Jaipur)와 조드푸르(Jodhpur)는 각각 '핑크시티', '블루시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자이푸르는 그 별칭에 걸맞게 하와 마할(Hawa Mahal) 시티펠리스(City Palace), 잔타르만타르(Jantar Mantar) 등 주요 명소들이 분홍빛 혹은 황톳빛깔을 자아냈는데 그 자태가 이색적이면서도 따뜻한 구석이 있어 편안함을 준다.


아침부터 시작된 자이푸르의 하루 일정에서 이곳저곳 탐방할 명소들이 많아, 사이클릭샤, 오토릭샤를 애용하기로 한다. 신체의 편안함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내거나 사기라도 당하는 건 아닐지 경계하며 마음을 쓰는 일이 아이러니하지만, 이 또한 인도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시내의 명소를 둘러본 뒤 시내버스를 타고 암베르 포트(Amber Fort)로 넘어가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포트 내부의 정교한 거울장식과 무굴건축 양식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여행의 여유를 배가시킨다.


자이푸르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이른 오후 열차를 타고 조드푸르, 블루시티에 도착한다. 평균 주머니 사정보다 조금 돈을 주어 루프탑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숙소를 잡는다. 황혼을 밀어내는 오묘한 검푸른 빛이 지배하는 저녁 무렵, 식사와 함께 콜라를 곁들인 청량감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코카콜라 병뚜껑이 녹슬어 쇠맛이 날 것 같은데, 다행히도 맛은 내가 아는 그 콜라다).


블루시티의 아침은 밝은 햇살과 함께 푸은 건물 벽과 지붕을 더 빛나게 한다. 조드푸르의 대표 명소 메헤랑가르 포트(Mehrangarh Fort)로 향한다. 요새에서 내려다본 조드푸르는 더 빛나고 아름답다. 이색적인 건축양식이 이목을 끌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도인들도 많이 찾는 명소인 만큼 이곳을 찾는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여행객들은 대부분 들떠있다. 나 또한 그 맥락의 분위기에 휩쓸려 여행의 재미가 더 강렬해짐을 느낀다. 나의 발걸음은 힘차면서도 유연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 내부 공간을 주의 깊게 보면서도, 무언가 보고자하는 의도를 잠깐 내려놓고 조드푸르 시내의 전체를 느슨히 조망하면서 한 없이 여유롭고 즐겁다.


인도 여행, 라자스탄 두 도시는 나에게 조망하는 여유를 가져다 준다. 암베르포트, 메헤랑가드포트 두 명소는 여행을 더 아름답고 여유롭게 관조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한다. 내 삶의 여정의 일부에도 이러한 여유의 가치가 깃들면 좋겠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서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이 곧 내가 아닌, 내 경험의 일부로 마음을 내려다보고 싶다. 여유의 가치 언저리에서, 느리지만 나의 길로 향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나는 지금 여기의 경험을 관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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