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델리~~
반복되는 일상은 익숙함을 준다.
일상은 그렇다 할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많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은 쉽게 무료한 것이 되고, 나아가서는 부족한 삶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내 삶이 특별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나는 특별했으면 하는 욕심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욕심을 이곳에 두고 오기로 한다.
하르드왈에서 2~3시까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델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델리에 도착해 적당한 식당에서 초우면을 먹는다. 매우 짭짤한 맛이 자극적인데, 그런대로 맛있다. 대체로 자극적인 음식은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음날이 밝고, 나는 델리의 유네스코 유적, 시가지 풍경, 정부 시설물 등을 둘러보고자 숙소를 나선다.
무굴 시대와 초기 이슬람 왕조의 문화의 건축 양식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생경한 풍경을 엉성하게나마 이리저리 카메라에 담는다. 그래도 내 모습을 유적지와 함께 남기려고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독사진도 찍고 셀프 사진도 찍어 본다. 이렇게 보니 이제는 제법 여행객의 모양새인 것 같기도 하다. 인도 입국, 하루 이틀 긴장과 두려움이 매우 특별할 정도로 강렬했었는데, 어느새 두 번째 마주하는 델리는 서운할 만큼 편안한 상태라는 것이 놀랍다.
문득, 특별하고자 안간힘을 썼던 대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학창 시절 뭐 하나 특출 나지 않았던 무색의 청소년이었다. 대학교 인간관계는 뜻하지 않게 주변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그 관심에서 멀어지면 섭섭해 하면서 내 감정의 미묜한 변화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남들을 의식하고 검열하는 오래된 프로그램이 재현되었다. 나는 밋밋하고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과거 모습을 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 생활이 특별하기 위해 몸부림쳤고, 과거의 열등감을 잊기 위해 현재의 나를 긴장으로 몰아가면서 외향과 기쁨의 가면을 썼다.
대학생인 나는 과거와 달리 분명히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 같았지만 자신을 잃어갔는데, 그 특별함에는 방향이 없었다. 특별하길 원하는 것은 내 안에서 발원한 것이 아닌, 낯선 환경과 타인이 보내는 신호에 무분별하게 반응한 것이기에... 나는 길을 잃었다.
나는 이 두 번째 델리가 특별하게 경험되지 않는다. 그리고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 익숙함 탓인지, 어느 정도 일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겨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찾은 인도지만 아마도 내심 무언가 특별함을 기대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델리에서, 나는 그 기대와 욕심이 방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욕심을 이곳에 두고 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