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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면 멀리서부터 밀어져 오는 파도들이 제각기 다른 이유들의 이름들로부터 해변을 덮쳐져 온다. 한때는 나 역시도 불명의 무엇으로부터 떠밀려온 하나인 줄 알았는데,
해변에 닿고 부서져 보니, 먼저 와있던 누구와 부딪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순백의 거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나는 나약해져만 가는 하얀색인가라는 것을 느낄 때쯤에
불현듯 사라지는 것들에 허망함을 느껴,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이 내 바짓단을 붙잡고 늘어졌고,
그 그림자로부터 파생된 근원을 찾아 새로운 나그네가 될 준비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나에게 삶이라는 건 그렇게 지루한 것들뿐이었다.
가장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의 옆면을 보면, 그들이 왜 살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위해 해가 지는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는지 알면
삶이 주는 이면적인 공허에서 부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몸을 파는 중학생, 정치에 미친 할아버지, 손을 하늘로 뻗고 목놓아 우는 권사님
누군가 지나가면서 던진
그들의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다면, 그건 속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읊조렸을 때
그것이 의지가 아닌 관성적으로 앞으로 손을 뻗어 나아간다는 것을 향유했을 때
언젠간 또 다른 그들과 부딪혀 잃어버리게 될 운명을 목전에 두었을 때
하얀색의 찰나는 순간이 아니야
우린 누군가의 잊히지 않을 소리의 이름이자
눈을 감아도 침대에서 깊은 울림을 줄 파도라는 이름을 가진 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