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와 노견] 2부 9화 _섬 출신 들개와 도시 출신 노견의 난리동행
1년 전 제주 동쪽 바닷가 마을에 개 한 마리가 태어났다. 개는 볕과 별이 쏟아지는 날에도 폭우와 안개가 퍼붓는 날에도 매일 스스로 밥을 구하고 껌껌한 밤을 홀로 맞았다. 어느 날 개에게 비를 막아줄 집과, 함께 뛰어놀 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는 저보다 나이가 많고 훨씬 키가 작았다. 친구의 곁에는 늘 한 여자가 있었다. 흰 우유처럼 뽀얗다고 여자는 그 친구를 ‘우유’라고 불렀다. 여자는 친구를 뛰게 하지 않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지 않았으며 가여운 눈으로 자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밤이 오면 마당에 혼자 나와 노래를 부르며 훌쩍였다. 개는 친구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사귄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매일 밤 들리는 여자의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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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너에게 갈게
바람 속에 섞인 너를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너를 꽉 안고 말할 거야
네가 만난 바다를 다 데리고 갈게
네가 마셨던 숲도 다 모아서 갈게
날 기다린 시간과 내 슬픔이 쏟아진 곳을 떠나
영원히 병들지 않는 바람이 되어줘
나의 우주였던 너의 눈동자...
나의 노래였던 너의 꼬리...
너의 모든 몸짓으로 내가 살았어
이제는 내가 너에게 갈게
바람 속에 섞인 너를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너를 꽉 안고 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