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행복하실 건데요?
뭐야 뭐야 오늘이 또 시작됐잖아 지구가 눈을 떴잖아?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한다
오늘 나는 또 어떤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신비로우면 어쩌지
붉으면 어쩌지
뜨거우면 어쩌지
어제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보폭의 시작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혹시 동자의 모습을 한 신이
헤이, 거기 해피하게 살고 있어?
라떼를 들고 오면 어쩌지
지구가 자전할 때 아이코야 발 미끄러져서
귀여운 벌레 아가들 눈 앞에 마주치면 어쩌지
스텝이 엉켜 춤
우주가 깜짝 놀라
운명의 상대가 여보세요
전화를 걸면 어쩌지
내 전율이 이 우주를
행복하게 하면 어쩌지?
- 내 안 붉고 뜨거운 감정들 흘러
무언가로 변모할 수 있는 새로운 장, 바로 오늘
어떤 감정과 조우할 수 있을까
... 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아, 이 고요한 기쁨이요
한때는 눈을 뜨면 내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워 아침이 오는 것이 서슬에 베일 듯
목이 메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걸 견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기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 살아있다는 영광이요
지난 날의 상처 가지런히 햇빛이 물려
이 우주 어디에도 없는 보폭을 만들어 내나니
나는 이 몸 깊은 곳 가지런히 물려있는
이 소복한 상처를 사랑한다 기뻐한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의 생에게도 안부를 묻는다
그대여, 행복하십니까
언제 행복하실 예정이십니까
그대의 오늘에도 자그마한 꽃자락을 하나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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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류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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