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유 Oct 20. 2024

그대여, 오늘 행복하실 예정이십니까

- 언제 행복하실 건데요?





뭐야 뭐야 오늘이 또 시작됐잖아 지구가 눈을 떴잖아?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한다


오늘 나는 또 어떤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신비로우면 어쩌지

붉으면 어쩌지

뜨거우면 어쩌지


어제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보폭의 시작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혹시 동자의 모습을 한 신이

헤이, 거기 해피하게 살고 있어?

라떼를 들고 오면 어쩌지


지구가 자전할 때 아이코야 발 미끄러져서

귀여운 벌레 아가들 눈 앞에 마주치면 어쩌지


스텝이 엉켜 춤

우주가 깜짝 놀라

운명의 상대가 여보세요

전화를 걸면 어쩌지


내 전율이 이 우주를

행복하게 하면 어쩌지?



- 내 안 붉고 뜨거운 감정들 흘러

무언가로 변모할 수 있는 새로운 장, 바로 오늘


어떤 감정과 조우할 수 있을까

... 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아, 이 고요한 기쁨이요





한때는 눈을 뜨면 내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워 아침이 오는 것이 서슬에 베일 듯

목이 메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걸 견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기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 살아있다는 영광이요


지난 날의 상처 가지런히 햇빛이 물려

이 우주 어디에도 없는 보폭을 만들어 내나니


나는 이 몸 깊은 곳 가지런히 물려있는

이 소복한 상처를 사랑한다 기뻐한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의 생에게도 안부를 묻는다


그대여,  행복하십니까

언제 행복하실 예정이십니까


그대의 오늘에도 자그마한 꽃자락을 하나 올려놓는다.



*

그림 류미영


https://www.instagram.com/monster_city_ryu_art/



이전 15화 하늘은 동물에게 착하게 대하는 자를 좋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