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유 May 14. 2024

버릴 걸 버리지 못하면, 결국 사람은 자신을 버리게된다

- 라는 책의 어느 문구.



지인의 근황이 들려왔다.


5년 사귄 남자친구였는데, 아무래도 결혼하기엔


남자친구 벌이가 ... 결혼하면 힘들게 너무 보이니까. 결혼은 현실이니까.


헤어졌데. 딱 잘라 헤어졌데.


이야기의 요지는 그것이었다. 그 친구, 독하다고. 그래도 5년 만났는데 딱 잘라 헤어지는 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 좋은 의미이든 안 좋은 의미이든 ) 대단하다고.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 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 연애를 했는지, 다시 정에 이끌려 상봉을 한 건지. ( 그 친구 성격에 그랬을 것 같지는 않지만 )


요지가 조금 빗나갔지만, 요즘 든 생각은,

삶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얼마나 좋은 사람을 만나느냐, 도 있지만


자신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얼마나 잘 놓아버릴 수 있으냐,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게 정서적으로 유착이 생긴 관계라면 더더욱.


( 그 남자분이 해가 되는 사람이었다는 게 아니에요.

요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관계를 과감히 정리한 여자분의 결단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 )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의 자존감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근간이 단단히 잡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해가 되는 관계를 아, 아니구나 하며 놓아버리겠지만 뿌리가 단단히 잡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괴로워도 ( 외로움에, 혹은 함께한 시간들 때문에  ) 그 관계를 놓기란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자신이 좀먹어 가는 걸 알면서도 관계를 이어나가고야 마는 것.


나 역시 관계에 있어 늘 우유부단하게 이끌려 가는 편이었는데, 그건 바로 내 삶에 확고한 방향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 우왕좌앙, 우선순위가 왔다 갔다 했던 것.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정말 자신이 뭘 원하는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있지 않으면 결국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고 관계 역시 그런 식으로 휘둘리게 된다는 걸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내 근간을 다잡아 주는 고마운 접착제이자 촉진제이다.


쓰고 있으면 달리는 것 외엔 다른 일을 신경 쓸 새가 없어진다.


목표는 이 달리기를,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 그러기에 다른 일에 - 그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아, 달리기에 방해가 되는구나. 자연스럽게 놓아버리게  된다.


방향성이 잡히니 내가 뭘 해야만 하는지, 무얼 최우선으로 삼고 가야만 하는지 조금 더 심플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답은 결국 내 뿌리를, 근간을 단단히 잡는 일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는데 새삼 그 친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미친 듯이 그렸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느낀 건 아, 저 친구는 시간이 걸려도 성공하겠구나. 가끔은 ( 좋은 의미에서 ) 미친 것 같구나. 성공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그 친구의 자존감이 높다는 것.

평소엔 사람 좋게 웃다가도 아닌 건 딱 잘라 이야기 한다는 것. 확고한 셋팅이 있다는 것.


처음엔 그 모습에 놀랐지만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납득이 갔다. 아, 저렇게 미친 듯이 자신의 일을 하니 목적지에 점을 정확히 찍고 가고 있으니 흔들림이 없는 거구나.




긴 마라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달리고 있다는 것.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것.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골인이 아니겠어?


중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성.


그러니 부디 자신이요, 이 차에 탑승한 이상-

즐거운 마음으로 가보자.


이전 03화 우주에서 왜 100억은 쓸 수 없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