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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유 May 21. 2024

언어는 미치광이 변주곡



이 새벽 고양이가 앞발로 나를 툭툭 친다


근엄하게 바라본다 ... 안 쓰냥?


고양이가 새벽에 나를 깨우는 건 딱 하나, 밥을 달라고 할 때.

그런데 느낌이 묘 - 하다. 아니야. 저건 밥을 달라는 느낌이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밥을 줘도 시큰둥. 뒹굴뒹굴, 내가 언제 밥 먹고 싶다고 했냥?


브런치를 열고 눈에 들어오는 글을 하나 클릭하니

' 이 새벽, 쓰기 위해 잠을 줄이고 일어나자마자 마그네슘과 영양제를 먹는다 ' 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아, 쓰라고 세계가 나를 깨웠구나.

아니나 다를까 이틀 동안 집중이 되지 않아

어제까지만 좀 쉬고 다시 쓸게요

다짐했었는데 새벽이 되자마자


이제 써야지?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지? 하고 알람을 울려준다


다들 미친 짓을 하고 있구나 싶다

글이 뭐라고 자신을 갈아 넣어 이 새벽 마그네슘과 영양제를 원샷하고 책상에 앉아 문자를 두드리게 하는가


한 땀 한 땀 굴곡을 깎고 이 우주 하나뿐인 감각

글로 저마다의 사투를 벌이게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글이라는 수단을 택했을 뿐,

어떤 이에게는 그게 그림이나 음악이 될 수도

예술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성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인 감각의 소유자였던, INFP 인 내게 세간의 성공은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글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 쯤이려나


- 쓴다는 건 무엇입니까?


- 모릅니다. 모르기에 씁니다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새벽에 넘어 곧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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