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엽 교수의 <단어가 품은 세계>를 읽고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는 외래어에 대한 배척과 선망 이 두 가지 태도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외래어에 대한 배척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어가 대량으로 유입이 되었는데 해방 이후에는 그러한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기 위한 운동이 거국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국어 순화라는 개념도 만들어지고, 고유어 사용을 위한 소위 한글 운동이라는 움직임도 나타나게 되지요.
학문적으로 어느 쪽이 옳다고 쉽게 판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고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언중들에 의해서 받아들여지고 변화해 가는 것인데, 억지로 인공적인 신조어를 만들어서 그걸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단어가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자리를 잡아 굳어진다면 그것 또한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즉, 언중들의 동의를 얻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따라야 하지 주장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언어를 통제하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할 뿐 아니라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단어가 품은 세계> p102~103 황선엽/리더스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