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득 상실 궤도

※ 목적지 설정 불가

by 소서




획득과 상실은 한 사건의 양면이다. 한쪽의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는 순간, 다른 쪽의 손에서는 같은 속도로 비워진다. 이 과정은 대개 조용히 진행되지만, 언제나 비워지는 쪽의 상실이 더 큰 울림으로 공명한다. 가진 쪽은 자신의 감각을 근거로 그것을 스스로 쟁취했다고 말한다. 반면 비워진 쪽은 누군가의 지나친 욕심이 자신의 몫까지 탐했다고 느끼며, 목적지 없는 삿대질이 반복된다.


상실은 이동한다. 방향을 바꾸고, 기억은 재편되고, 내 안의 욕망들은 저마다의 무게로 재배치된다. 나는 종종 내 욕망을 가볍다고, 비우기 쉬운 것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적어도 타인을 해치지 않는 종류의 욕망이라고. 그에 비해 타인의 욕망은 불필요할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고, 그것이 또 다른 타인을 향해 휘둘러지는 순간 누군가를 다치게 할 흉기처럼 보인다. 그렇게 나는 욕망의 무게를 가르는 사람이 되고, 그 기준이 언제나 나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은 끊임없이 의식의 바깥으로 밀어낸다.


나는 가진다.

원래 내 것이었고, 내 능력에 내 운이 더해져 내 손에 맞는 크기로 도착한 것들을.


나는 빼앗긴다.

역시 원래 내 것이었을지 모를 것들은 탐욕이라는 이름 아래서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

맞지도 않는 크기를 우악스럽게 움켜쥔 타인의 손 모양은, 멀리서 보아도 꽤나 흉하다.


내 시간은 꽤나 정당하고 정확하게 통과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와 나란히 달리던 누군가의 빠른 속도는, 내 시간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부당한 파동이 된다. 나는 그 파동의 원인을 나 바깥에서 찾는다.


천부적인 재능, 태초부터 벌어진 환경의 격차, 실시간으로 그에게 중첩되는 행운의 증명들.


그 목록을 늘어놓는 동안, 이 흔들림이 그의 속력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원초의 위태를 감추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장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구분은 이미 불필요해져 있다. 빠름은 설명되기 전에 의심의 형태를 갖고, 그 의심은 자리를 만든다. 나는 보호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 자리는 이미 배제 위에 놓여 있다.


더 견고한 방어를 위해 나는 근거를 수집한다. 갑작스러운 발생에 적응하지 못한 오작동들, 설명되지 않는 반복된 우연들. 그렇게 쌓인 조각들은 하나의 서사가 되고, 그 서사 속에서 그의 빠름은 점차 의심이 아닌 사실로 굳어진다. 그 사실 위에서 내 느림은 비로소 설명을 얻고, 세계는 다시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회복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나?


그 말은 틀리지 않다. 다만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언제나 충분한 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패가 설명되지 않을 때, 노력은 가장 먼저 불려 나온다. 노력은 구원이 아니라, 실패를 정리하기 위해 남겨진 도구가 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의 실패는 곧 노력의 배신이라는 말로 옮겨진다. 내 노력의 타당성은 의심되지 않는다. 배신이라는 단어에 시간을 가둘 때, 비로소 권태는 안정을 찾는다. 이것은 내 것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외부의 개입으로 발생한 우연의 실패다.


질문들이 연쇄된다.


[가지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열망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이 질문들의 날카로운 촉은 결국 나를 겨눈다. 인간은 태생부터 위험을 대비하고 안전을 추구한다. 그래서 나는 화살촉을 거두기 위한 질문을 하나 더 만든다.


[이미 가졌더라면.]


이미 가졌더라면 애초에 무언갈 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열망할 이유도, 애써 노력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가졌더라면 내 결핍이 이렇게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욕망 앞에서 이토록 초라해질 일도, 타인을 향해 쉽게 활을 겨누는 추악함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질문의 연쇄 속에서 살해된 노력과 정당성은 점차 가속을 제어하지 못한다.


나는 추락의 궤도에 진입한다. 그 궤도의 바로 옆에는, 내가 획득했다고 믿었던 것들의 비어버린 자리를 품은 상실의 궤도가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서로를 의식하지만 끝내 만나지 않겠다는 듯, 완벽하게 평행한 상태로.

획득의 추락과 상실의 추락은 묘한 동시성을 띤다. 상승은 없고, 오직 추락이라는 동일한 성질만을 공유한 채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낙하를 이어간다. 공기는 점점 얇아지고, 마찰은 줄어들며, 떨어지고 있다는 감각만이 끝없이 또렷해진다.


멈춤이 허락되지 않는 낙하가 계속된다.

충족은 결코 도착할 수 없는, 애초에 지도에 존재하지 않았던 목적지의 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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