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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Dec 15. 2023

대전, 스타트업의 요람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자율주행로봇 개발 전문 기업 ‘트위니’ 인터뷰


Intro


대전은 기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학로는 창업가 거리가 동서로 가르고 있으며 스타트업 지원기반 시설이 이곳 일대에 모여있다. 대전의 벤처 투자 규모 역시 지난해 4364원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컸다. 이는 균형 있는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창업 이후 대전을 떠나는 '탈대전' 현상이다. 기업 성장을 위한 '고급 인력 수급'과 '인프라 한계' 등을 이유로 수도권행을 택하는 것이다. 당연한 현상인 것 같기도 하나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선 인터뷰(‘문화가 살리는 지역, 지역이 살리는 문화’)에서 필자는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은 일시적인 투자나 이벤트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임을 느꼈다. 때문에 필자는 위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찾아보고자 대전을 찾아갔다. 이번 기사는 대전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 회사 ‘트위니’의 전략기획실 김혁 실장님, 홍보실 강우성 매니저님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Why? 왜 ‘트위니’인가?


첫째, 스타트업의 미래를 제시할 역량을 지닌 트위니의 놀라운 성장세.

트위니는 2015년, 대전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2018년, 대전시 유망중소기업 및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꾸준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19년 과기부로부터 DNA분야 혁신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으로 인정받았다. 2020년에는 대전광역시 경제과학 대상, 2021년 중기부 예비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리며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현재까지도 트위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임팩테크, 4차 산업혁명, 대한민국 ICT 부문의 대상을 휩쓸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둘째, ‘지리적’ 측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누구보다 깊은 고민을 거친 트위니.

현재 트위니는 성남시 분당구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본사는 대전에 위치하며 카이스트로부터 많은 인재를 유치해오고 있다. 때문에 필자는 대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수도권에 분점도 위치한 트위니로부터 기업의 지리적 위치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대전의 지리적 이점을 듣고 싶었다.


또한 트위니는 수도권으로의 인력 유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거친 회사이다. 인터뷰 중 실장님은 “스타트업은 인재 유치가 핵심입니다. 특히 트위니는 기술 중심의 기업이기에 저희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유출되거나 인력이 빠지면 엄청난 타격을 입습니다. 그래서 회사와 함께하는 인력들이 지속 가능하도록 많은 고민을 거쳤습니다.”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 트위니이기에 필자는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Who? 트위니는 어떤 기업인가?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 회사로 자율주행 중에서도 자기 위치 추정 기술 분야의 전문 연구 인력들이 모여 창업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물류센터 내 오더피킹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출시했는데요, 이렇듯 현재는 로봇에 대한 니즈가 높은 공장과 물류 센터에서 트위니 로봇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아놓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많이들 익숙하시죠? 자동차와 달리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차도 외 모든 구역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상생활공간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최적의 디바이스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단순히 물류공장을 타겟팅한 기업이 아닌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까지 바라보고 있기에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딜리버리 영역까지 확산시키는 것이 트위니의 목표입니다.”


# What? 대전(지방)에서의 창업이 지닌 과제는 무엇일까?


1. 작은 시장규모로 인한 레퍼런스 마련의 부족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제품의 레퍼런스를 쌓기가 제한적입니다. 즉 제품을 개발해서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시장, 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입니다. 서울은 인구도 많고 다수의 기관이 위치해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이 PoC (개념증명)이나 테스트베드를 할 기회가 굉장히 많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대규모 산업 단지도 있고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발 제품과 기업을 연결해 주거나 공공기관에서 해당 제품을 도입하려는 의지가 있거든요. 반면 지방은 시장 규모가 작을뿐더러 테스트 베드로서의 공공기관도 부족합니다.”


2. 비개발인력 숙련자 유치의 어려움

“전문 개발 인력은 카이스트로부터의 영입 등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반대로 비개발 인력은 전문 숙련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스타트업도 성장 과정에서 초심자들만 모여 일할 수는 없어요. 경력직 직원들에 대한 채용 니즈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러나 경력직 분들은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회사에 계셨던 분들이 대부분이고 가정을 꾸리신 경우 대전까지 내려오기가 더더욱 쉽지 않아요. 때문에 저희는 성남에 지사를 마련함으로써 경력직 분들을 흡입하는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는 현시점에도, 비개발 인력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노무, 회계 등 경제학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시장 리서치나 홍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거든요. 많은 컨설팅 회사가 서울에 몰려 있는 점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대전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친구들도 해당 지역의 취업 선택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대전의 대표 기업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 How? 트위니에서는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많은 과제가 남았음에도 대전은 경영적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가진 지역이 분명해요. 우선 근방에 카이스트, 충남대가 위치하기에 우수한 인재를 계속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나 자율주행이라는 특정 영역에서 코어를 두고 연구경험을 쌓고 있기에 카이스트와의 인접성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 회사도 약 40명 정도의 직원이 카이스트 출신입니다. 또 스타트업이 혼자의 힘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대전은 대덕 연구개발특구라고 하는 정부기관과의 협업기회가 굉장히 많거든요. 트위니도 ETRI 등의 여러 정부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 지리적 위치상 전국을 누비기에 최적이기에 영업적 측면에서도 좋습니다. 현재 로봇의 제작과 품질검사, 실질적 사용이 천안, 부산, 울산 등 전국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대전이 서울에 비해 라우팅을 하기에 지리적 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업적 측면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개별 직원의 수도권에 대한 선호 등으로 인력 유출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트위니와 같은 기술 중심의 기업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유출되거나 인력이 빠지면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습니다. 그래서 회사와 함께하는 인력들이 지속 가능하도록 많은 고민을 거쳤습니다.”



(1) 수평적 관계 추구 및 동아리 활동 지원

저희 기업 내에는 19세부터 58세 직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저희는 나이 차이로 인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 측면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풋살, 등산, 피트니스부터 반려묘, 기독교 동아리까지 다양한 관심사의 동아리 중에서 개인당 두 개까지 분기마다 활동 지원비를 받을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 간의 공통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업무 외적으로 만나며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2) 자율출퇴근제 및 식사지원

저희 기업은 대전에 위치해 있지만 대전과 연고가 없는 타 지역 출신이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원룸 생활 중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자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자율출퇴근제를 통해 출근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직원들이 편하게 통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직원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식비 문제를 해결하는  돕고자 점심, 저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3) 자기 계발 지원

직원 중 개발자가 많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교재가 필요하거나 교육을 듣고 싶다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내 체력 단련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해당 피트니스 실에서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있고, 인바디 챌린지에 참여한 직원 중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인 직원을 시상하는 문화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직원들의 복지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학생들을 지역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에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카이스트 동문 기업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는데요 카이스트 대학생들과 동문 기업 대표들을 연결시켜 주는 매칭 프로그램이 그 예시입니다. 저희 대표님께서도 올해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기업을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내년에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참가한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러한 자리 이전까지는 대전 내에 어떤 기업이 위치해 있는지, 동문 선배들은 어떤 기업에 재직 중인지 알 기회가 부족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때문에 저희도 트위니 자체 채용설명회 등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Outro


끝으로 실장님께서는 과거를 회상하며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셨다. “저에게는 창업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패기 하나로 창업을 준비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깨달았고 스스로를 가장 객관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트위니에 와서도 직책에 무관하게 대표의 마음가짐으로 매번 고민을 하고 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 기업은 기존의 체계가 있잖아요, 그러나 스타트업은 맨땅에서 시작해 온전히 서로를 책임져야 하니까 그 고민의 깊이는 다른 것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더라고요.


필자는 대전의 스타트업에 대해 조사하며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많이 접했다. 대전은 스타트업의 '요람'에 그칠 뿐 지속적으로 키워 나갈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 현재 대전의 지원 방식이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대전에서 시작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트위니와 같은 기업들의 경험으로부터 개선점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지자체에서 주도한 카이스트 학생들의 지역사회 안착을 위한 동문 연결 프로그램도 작년 말에 시작해 올해로 두 번째 열렸다. 또한 실장님께서는 이전까지 수도권 중심으로만 진행되었던 시범 사업 제도가 일부 지방에도 도입되어 최근 트위니도 세종 시립도서관과 중앙과학관에 시제품을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장님의 경험처럼 우선 도전해 보는 것이, 대전의 현시점을 가장 객관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수도권의 힘이 지역의 잠재력을 덮어버리는 현시점, 대전은 혁신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에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기까지 트위니의 여정은 단순한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작은 도시와 그 지역 인재들이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균형 발전에 대한 해답은 한순간에 나오지 않는다. 함께 부딪히고 함께 고민해 보자.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혁신팀 이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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