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 있어서는 안 될 비극...
지난 9월에 다녀온 대만 여행 이야기를 몇번 올렸는데, 오늘은 그 때 봤던 인상적인 그림 이야기를 할까 한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가 많았다.
기대 없이 시간이나 때우려고 갔던 장제스 동상이 있던 중정기념당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됐다.
그저 광장이나 있을 줄 알았는데 미술관도 있고 헌병 교대식도 있고 이것저것 무료 볼거리가 많았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이 '대만 언론 탄압 전시관'이었다.
동상이 세워진 중정기념당 1층 한쪽 구석에 있었다.
뭐 표시해 놓지도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었다.
좁은 입구 사이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거대한 뒤집힌 머리에 압도당해 무섭기까지 했다.
글자를 몰라서 주욱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알 수 없는 숙연함이 느껴진다.
화재로 연소된 사무실도 재연해 놓았는데 알고보니 그곳에서 대만 민주화 운동을 하다 분신자살을 하신 분의 역사적 현장이었다.
남편이 안내소에서 무료 음성안내기를 빌려와 다시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는데 전시된 모든 것들이 더 와 닿았다.
정말 우리나라랑 비슷했다.
어쩌면 어느 나라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과 같은 시대가 있기까지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에 뭉클해졌다.
그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다.
아... 사진에 그 느낌이 안 담긴다.
역시 그림은 눈으로 직접 봐야된다.
그 느낌이 다르다.
사진을 내가 잘 못찍은 탓도 있겠지만.
언론 탄압으로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던 천우전(陳武鎮)이라는 대만 사람이 그린 그림이다.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그림은 두개가 한쌍이다.
왼쪽 가족 그림에 한명만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제목이 그래서 [사라진 가족]이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오른쪽 그림은 사라진 그 한명이 어떻게 됐는지 나타낸다.
안타깝다.
설명에는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로 체포하고 소지품을 약탈한 뒤 잔인하게 죽이고 시체를 유기했다고 써있다.
너무나 많은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이었다고.
묘를 만들 수도 없고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어 기일도 모른다고.
검색을 해봐도 잘 안나온다.
유명하지는 않은가보다.
나는 너무 마음에 와닿았는데...
이런 비극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요즘엔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하고 슬픈 일들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겠지.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이런 슬픈 역사들을 딛고 이겨내서 발전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정말 감사하다.
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내가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