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캐나다 대게는 직접 잡아먹어야 제맛!
여자 항해사부터 선박교통관제사까지
승선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음식이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우습게도 아침식사로 나오던 된장국과 계란 후라이다.
일본회사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거라고 들었는데, 진짜 아침으로 이만한 게 없는 거 같다.
된장국도 일본식 미소된장국 같은 연한 거였다.
밥에 김치에 된장국을 뜨고 자리에 앉으면 미얀마 조리원이 내 입맛에 맞게 조리된 계란 후라이를 가져다주었다.
참 편했다. ㅎㅎㅎ
내가 승선할 때까지만 해도 22명의 승선원 중 13명이 한국인이었다. 나머지 9명은 미얀마인이었다.
지금은 한국인의 수가 더 줄었다.
저렴한 임금의 외국인들이 부원 자리는 이미 다 차지했고 주니어 항해사, 기관사까지도 하고 있다.
그래서 선장과 기관장만 한국인인 배도 많고, 탑4라고 선장, 기관장, 1항사, 1기사 이렇게 핵심 리더들 4명만 한국인인 배도 많다.
배를 오래 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갈수록 시니어라 불리는 승선 경력자가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이미 선진국인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겪은 현상이라 우리나라도 사회가 점점 발전해 갈수록 피해 갈 수 없는 일인 것 같긴 하다.
어떻게 이 발전된 통신기술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항해사, 기관사라 불리는 사관들은 한국인, 부원들은 미얀마인들과 주로 승선했다.
퍼시픽 석세스에서는 부원들의 대장인 갑판장과 조기장, 그리고 조리장까지 한국인이었다.
조리장님이 음식을 잘하시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국인이라 평타는 하셨다.
외국인 조리장 중에 한국 음식을 정말 잘 만드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을 때 이야기다.
나는 한국인 조리장님들과 승선하면서 맛있는 밥을 얻어먹다 보니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살은 안 빠졌다. 하하하
항해를 하다 보면 접안이 길거나 선석 스케줄 상 대기 시간이 발생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사람들이 종종 낚시를 했다.
친구들 말 들어보면 뭐 참치를 잡았다느니 상어를 잡았다느니 소리를 해대는데 잘 잡히는 포인트가 있나 보다.
인증샷이 있으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그 크기에 대해 뻥은 좀 치는 것 같았다. ㅎ
나는 낚시로 뭘 잡는 걸 본 적은 없고 어망을 투하해서 대게를 잡아본 적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접안했을 때인데 그게 불법이라고 했다.
지금보다 십 년도 더 된 일이니 말해도 되겠지?
어망 속에 고등어나 닭고기를 넣고 해저에 놓아두면 대게가 그걸 먹으려고 쏙 들어간다고 했다.
어망을 투하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해달이었다.
해달이 어디서 귀신같이 음식냄새를 맡고는 나타났다.
어망이 내려오는 걸 보고서 낚아챈 후 손을 넣어 먹이만 쏙 빼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달이 있나 없나 살피며 재빨리 해저에 놓는 게 관건이었다.
바다 위에 얼굴만 쏙 내밀고 배를 바라보는 해달은 귀여웠지만 어망 속의 먹이만 빼먹고 사라지는 건 너무 얄미웠다.
그래도 신기하게 정말로 꽤 큰 대게들이 잡혔다.
너무 작은 건 먹을 게 없으므로 놓아주고 먹을만한 큰 것들만 추려서 출항하고 먹었다.
진짜 그냥 찜통에 넣고 쪘을 뿐인데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신기했다.
가득 찬 대게 속살이 정말 부드럽고 쫀득하면서 단맛이 살짝 돌았다.
그렇게 맛있는 대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바다 위에서 다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을 수도 있는데 육지에서는 그 맛이 안 난다.
이상하다.
싱싱할 때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추억 보정인 걸까?
그 대게 때문에라도 캐나다에 다시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