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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05. 2023

한쪽소설-분노의 질주

두번째

10억이나 받아 갔으면서 배를 안준다고 한다. 내가 이 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자기들 잘못으로 인수날짜를 어겨놓고 이상한 용어를 써대면서 돈 5억을 더 내놓아야 줄 수 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나는 엄연히 낼 돈 다 냈는데 도대체 무슨 권리로 안 준다는 건가! 저 조선서 도둑놈들한테 어떻게 배를 받아내나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려니 조카가 다가온다.


"삼촌! 와 그라요? 아직도 배 못 받았습니꺼? 이 써글놈의 새끼들! 그냥 확마 가서 우리가 몰고 오믄 안됩니꺼?"


"몰고와? 그래! 그렇지! 그냥 가서 갖고 오자! 니 진짜 말 잘했다! 우리가 가서 가꼬 오자!"

달 하나 뜨지 않은 깜깜한 밤이다. 친구 배를 타고 조선소 부두 쪽으로 접근한다. 배에 전기불을 다 끄고 최대한 천천히 사람들이 없어 보이는 곳을 찾아 부두에 오른다. 친구는 우리가 부두에 내린 걸 확인하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떠난다. 조선소 도크가 한산하다. 근처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내 배를 찾아 올라간다. 이런! 조종실에 웬 놈이 하나 졸고 있다. 이런 우라질 놈. 우리가 들어서자 깜짝 놀라며 막아선다.


"야! 이놈의 새꺄. 내 배다! 꺼지라!"


"뭐요? 안돼요! 무슨 소리요! 절대 안돼요!"


온몸으로 막아서는 놈에게 덩치 큰 조카가 주먹을 날린다. 한방에 나가 떨어진다. 조카가 그 놈을 끌고 배 밖으로 쫓아내는 사이, 얼른 조종실로 들어간다. 마음이 급하다. 그 놈이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거 같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빨리 출발해야 한다. 새 배라 그런지 엔진 소리가 시원하게 울리며 시동이 걸린다. 조카는 부두에 연결된 호삿줄을 금새 다 풀고 조종실로 들어온다.
됐다! 내 배다! 우웅~ 소리를 내며 최고속력으로 달린다.


"어어? 삼촌! 저기 뒤에 뭐가 따라오는 것 같습니더! 엄청 빠릅니더!"


뭐야? 제길! 해경이자나? 어떻게 알고 쫓아오는 거지? 이대로 잡힐 수 없어! 이건 내 배라고! 나쁜 놈들! 천재지변이니 뭐니 이런 걸로 지연되는 건 자기들 탓이 아니라니! 철판 값이 오른 걸 나보고 내라니! 계약서에 깨알같이 써 있는 걸 누가 읽냐고! 난 낼 돈 다 냈다고! 말도 안 되는 거 들이밀면서 배 안주는 건 조선소 놈들이라고!


"삼촌! 따라 잡히겠습니더! 어떻게 좀 해 보이소!"


"이씨! 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섬들이 많은 쪽으로 배를 몰고 들어간다. 해경정이 멈춘다. 아하! 레이더를 보고 나를 쫓고 있었구만! 그렇다면 섬 안쪽으로 붙어서 가면 그만이지! 해경정이 갈 길을 잃고 헤메는 걸 보면서 이동한다. 그런데 끈질기다. 분명 따돌렸다 생각했는데 다시 날 따라온다.
뭐지? 도대체 어떻게 따라오지? 어라? 뭐야! 배가 왜 이래! 어어! 안돼!
 
"신고자분, 여기는 해양결찰서입니다. 김만수씨는 도주 중 기름이 떨어져 저희 함정에 나포되었습니다. 피의자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으며, 해당 선박은 예인선이 수배되는 대로 조선소로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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