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소설-살이 쏙 빠지는 마법상자
마법상자 소재로 소설쓰기
62.6kg.
으악.
어제 저녁에 맥주를 먹는게 아니었다.
1키로나 늘었다.
심통이 난 표정으로 투덜투덜댔더니,
남편이 몇키로 나왔냐고 물어본다.
아니 왜 자꾸 물어보냐고 자기가 알면 뭐하려고.
내가 짜증내는게 재밌는지 실실 웃으며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1키로면 화장실 한번 가면 끝이라며 매번 하는 소리를 또 한다.
아니 진짜!
난 화장실 잘 못간다고!
몇번을 말하게 하냐고!
우씨.
어떻게 이걸 또 빼나.
살은 왜 이렇게 쉽게 찌는건지.
이 놈의 저주받은 몸둥아리.
효율이 너무 좋다.
원시시대 같았으면 내가 제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을텐데.
먹은게 바로 살로 가니까.
옛날 그리스시대로 가면 내가 최고의 미녀라고 칭송받았을텐데.
그림보면 나같은 몸매들 투성이던데.
왜 나는 지금 시대에 태어나서 다이어트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나.
맛있는게 이렇게 많은데 저걸 다 못먹고 힘들어야 하나.
쯔양은 그렇게 다 먹어도 살이 하나도 안 찌던데, 부럽다.
일단 이 뱃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걸어야겠다.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근처 공원을 걸으니,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다들 참 날씬하고 건강해 보인다.
나만 뱃살이 잔뜩 나와 있는 것 같다.
출렁출렁.
아무도 내 뱃살에 신경 안 쓰는 건 알지만 그래도 쳐다보는 것 같다.
배에 잔뜩 힘을 주며 걷는다.
빠져라~ 빠져라~
그 때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살 때문에 걱정이십니까?
이제부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마법상자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살이 저절로 빠집니다.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믿어보세요.
이것은 영국 유명대학 연구진들이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최고의 마법상자입니다.
효과가 너무 마법같아 마법상자입니다.
이 마법을 당신도 느껴보십시오.
일단 무료로 7일만 체험해보십시오.
7일 후 반품하셔도,
한푼도 돌려받지 않겠습니다.]
엄청 촌스러운 광고 문구다.
말도 안돼.
이런 게 있다면 벌써 불티나게 팔렸겠지.
그래도 속는 셈치고 한번 사볼까?
7일 후 반품해도 공짜니까?
휴대폰을 꺼내 주문을 한다.
와~ 대박이다.
사이즈가 너무 커서 처음엔 이상한 걸 샀다고 투덜대던 남편도 내가 날씬해지니 눈이 똥그래진다.
뱃살이 쏙 들어갔다.
가슴도 좀 커진 것 같다.
완벽한 몸매가 됐다.
정말 마법상자다.
상자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다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정말 최고다.
이제부터 맘껏 먹어도 되는구나!
으하하하.
난 자유다!
어디보자~
일단 뿌링클 치킨이지.
그리고 떡볶이도!
아! 빵집도 가야지!
떡도 먹어야겠다.
우하하하.
그렇게 실컷 먹고 상자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날씬해졌다.
이야~ 꿈이 아니네.
이 마법상자랑 평생 살아야지.
이것만 있으면 진짜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이게 얼마였더라?
헉 10억?
이게 10억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10억을 어떻게 마련하나.
아... 역시 내가 그렇지.
휴우... 열심히 걷기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