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소설-우렁각시 엄마
맨날 청소하는 엄마 생각하며 쓴 소설
지친 몸으로 퇴근해 7평 남짓한 원룸 문을 연다.
여러켤레 신발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현관에
방금 신었던 신발을 벗어던진다.
작은 드럼세탁기에는 세탁물이,
싱크대에는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여있는 곳을 안보인다는 듯이 지나친다.
아침에 벗어놓은 잠옷과 이불이 흐트러져있는 싱글침대 위에 그대로 눕는다.
좁은 방바닥에 잔뜩 널브러져 있는 옷들 사이로 가방을 던진다.
'배고파. 먹을게 있나?
먼저 씻어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안씻으면 안되는데......'
그녀는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다.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 때문에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또라이 보존 법칙이 있다더니
새로 옮긴 직장에도 여전히 신박한 또라이가 있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학자금대출이 떠올라 한숨을 쉰다.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지 싶어 몸을 일으켜 냉장고 문을 연다.
먹을만한게 하나도 없다.
냉동고도 마찬가지다.
배달음식을 시킬까 하다가
통장잔고가 생각나 그만둔다.
라면이나 먹어야겠다 싶은데 설거지가 안되어 있다.
정말 되는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생라면을 부서 먹는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지친 몸을 끌고 원룸 문을 연다.
이상하게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현관에 신발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방이 넓어보인다.
좋은 향기가 난다.
'뭐지? 누가 왔다갔지?'
냉장고 문에 쪽지가 보인다.
[엄마 왔다간다.
연락하면 너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그냥 왔어.
방 꼬라지가 말이 아니더라.
좀 치우고 살아라.
냉장고에 반찬 넣어뒀으니 챙겨먹고
바로 안먹을거면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둬!
건강 잘 챙겨라.]
깨끗하게 정리된 방과
음식이 가득찬 냉장고를 보니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답답했던 숨통이 트인다.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리고
엄마표 반찬들을 꺼낸다.
계란말이, 오징어채볶음, 무생채, 갓 담은 배추김치, 불고기까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정말 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