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리 Sep 12. 2023

한쪽소설-선생님의 딱밤

진짜 아동학대일까?

* 작년 우리 아이 반에서 있었던 일을 모티프로 쓴 이야기였는데 요즘 분위기에 이런 이야기를 올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소설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딱!]
"이 놈의 새끼! 그만해! 다른 애들 위험하잖아!"
강우가 선생님한테 딱밤을 맞았다.
'우씨. 다같이 놀았는데 왜 나만 때려. 맨날 나한테만 뭐래. 짜증나. 불공평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잔뜩 짜증이 난 강우가 삐딱하게 앉은 채로 속으로 투덜대는 중에 수업이 시작됐다.
"김강우! 똑바로 앉아! 수업 시작했는데 책도 안꺼내고 뭐하는 짓이야! 너 진짜 언제 정신 차릴래!"
"하아... 씨발"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씨발? 너 이 새끼 당장 앞으로 나와!"
"네~ 네~"
"야! 이 새끼야. 너 그게 지금 선생님 앞에서 할 소리야? 너 때문에 진도도 못나가고 친구들한테 피해주고 있는 거 몰라?"
선생님은 강우의 어깨를 툭툭 밀쳤다.
아무 말도 없이 뚱한 표정으로 서 있기만 하던 강우는 결국 교실 뒤로 나가 서 있어야 했다.
'어휴~ 진짜 짜증나. 얌전히 앉아있었는데 왜 또 지랄이야.'


그렇게 하루종일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아 심통이 잔뜩 난 채로 집으로 들어섰다.
"강우야~ 학교 잘 다녀왔어? 얼굴이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선생님 진짜 짜증나.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오늘은 나 머리까지 때리고 어깨도 밀치고! 막 이 새끼 저 새끼 거리고 나만 아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뭐? 때렸다고? 너를? 그 선생 미친거 아냐?"
엄마는 일단 강우를 달래주면서 속으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감히 우리 아들을 때리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과 상의해 보고 단단히 조치를 취해야겠다.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오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사라지자 강우는 속이 시원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야구를 해도, 복도를 소리지르며 뛰어다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담임 선생님 눈치보느라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마음껏 하고 다녔다.
반장이 시끄럽다고 한소리하긴 했지만 걔는 한주먹거리도 아니었다.
특히 재미없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몰래 폰을 해도 임시로 수업에 들어온 선생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애들도 처음에는 눈치를 보더니 점점 나처럼 행동하고 나 노는 걸 재밌어했다.

강우 세상이었다.

며칠 후 선생님이 울상을 한 채 학교에 왔다.
"내가 그동안 너희들에게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미안했다. 용서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를 위한다고 했던 건데 그게 상처가 됐을 수도 있겠다 싶다. 반성 많이 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조사가 들어올텐데, 너희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같이 우는 아이도 몇명 있었다.
강우는 이게 다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나를 뭐라하던 그 선생님의 저런 모습을 보니 통쾌했다.


"엄마! 엄마! 오늘 선생님이 울었어! 막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그러더라?"
"그랬어? 잘됐네~ 그런 선생은 진짜 없어져야 돼. 어떻게 애 머리를 때리니? 몰상식하게. 그게 바로 아동학대야 학대!우리 강우~ 이제 학교에서 괴롭히는 사람 없지?"
"응! 근데 무슨 조사를 한다고 그러더라? 반 애들 다 일대일 면담한다고 하던데?"
"그래? 그 선생이 나쁜 짓 한 거 혹시 더 없나 조사하나보다. 강우 너 면담하면 여태까지 당한 거 다 말해. 너 머리 때린거랑 몸 밀친거랑 막 새끼야 거린 거랑. 꼭! 알았지?"
"응! 알았어!" 하고 강우는 신나서 대답했다.

이전 08화 한쪽소설-잘생긴 남자가 날 고발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