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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Nov 15. 2023

한쪽소설-비혼시대의 영웅

실패 없는 중매쟁이?

"아가씨 정말 몸매가 너무 이쁘네~ 남자친구 있어?"

목욕탕에서 인사하고 지내던 아줌마의 물음에 아가씨는 그러려니 하고 웃으며 없다고 대답한다.


"아니~ 내가 너~무 괜찮은 총각을 알아서 그래~! 아가씨랑 정말 딱이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아가씨는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며 의외로 솔깃한 표정을 하고 아줌마의 말에 집중한다.


"아니.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나 보지 그래~ 인연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서울에 있는 대학 나오고 엄청 똑똑해! 울산 대기업 다녀! 거기다가 남자네 부모님도 노후 준비 다 되어있다니까! 내가 그 부모를 잘 아는데 인성도 정말 좋아! 외동아들이라 좀 걱정들 하던데 그분들 저얼대! 시집살이시키고 그럴 분들이 아니야!"

"키가 몇인데요?"

아줌마는 관심 있는 듯 물어보는 아가씨의 질문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키? 안 작아~ 안 작아~ 175 정도는 돼~"

그렇게 만남이 또 하나 성사가 된다. 

아줌마는 오늘도 해냈다는 듯 싱글벙글하다. 

요새 젊은 애들이 결혼하기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건 다 개뻥이라고 생각한다. 

눈치를 싹 봐서 말을 꺼냈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여태껏 하나도 없었다. 

속으로는 다 외로워하면서 겉으로만 강한 척하는 것 같다. 


물론 아무한테나 그러는 건 아니었다. 

아줌마도 아무한테나 들이댔다간 호되게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딱 봐서 각이 나오는 사람들한테만 그랬다. 

뭐랄까... 

그건 그냥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그녀만의 재능 같은 것이다. 


자식들은 제발 그걸로 돈 버는 것도 아니면서 오지랖 좀 그만 부리라고 하는데 뭐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외로운 사람들 연결시켜 주는 게 뭐가 나쁜가? 

옛말에 장점은 부풀리고 단점은 가려줘야 중매가 성사되는 법이라고 했다. 

속고 속이고 하는 게 결혼이고 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인생 아니겠나. 

사람 인人 자가 괜히 그렇게 생겼나? 

서로 돕고 기대고 살라고 그렇게 생겼지. 


그녀는 절대 이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주지만~]

자식보다도 더 귀한 임영웅의 노래가 들린다.

얼마 전 만남을 성사시켜 줬던 그 아가씨 전화다.


"아줌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아니 키를 속여도 적당히 속여야지! 키가 나만 하던데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어요? 진짜 키만 그런 거면 제가 말을 안 해요! 양띠라더니 양띠는 무슨! 완전 배불뚝이 아저씨같이 생겼잖아요! 어떻게 이런 사람을 소개해줘요!"


"아이고~ 아니 아가씨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진짜 진국이야~ 내가 키는 정확히 몰랐네~ 키가 그 정도로 보이더구먼... 내가 제대로 못 봤나 봐~ 정말 미안해! 그래도 대기업 다니면 돈도 잘 벌고 성실한데 그만한 남자를 어떻게 만나나~ 데이트가 그렇게 별로였어? 외모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몇 번만 더 만나보지 그래~"


"됐어요! 절대 싫어요! 저런 남자 만날 거였으면 제가 진작 만났죠!"


"아이고~ 그렇구먼. 안타깝네.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하니까 다른 남자 연결해 주게~ 진짜 키 크고 괜찮은 남자로 말이야! 어때! 마음 좀 풀지 그래~"


아가씨는 기분이 조금 풀린 듯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아줌마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이 아가씨와 어울릴만한 남자를 재빠르게 찾는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며 최적화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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