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카페 나들이
배꽃이 필 땐 성환에 가자. 천안시 성환읍과 직산읍은 우리나라 대표 배 생산지다. 성환 배는 수분 많고 당도 높기로 유명하다. 4월, 만개한 흰 꽃잎은 팝콘이 한꺼번에 터진 듯 눈부시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희게 도드라지는 배꽃은 밤길도 능히 밝힌다. 배꽃 흩날리는 날 삐뚤빼뚤한 시골길 거닐어 보기 바란다.
배꽃 필 무렵엔 왕지봉배꽃길 걷기 대회도 열린다. 배꽃 향기에 취하도록 걸어볼 일이다. 이화정-신안농원-선일농원-물갱냉이골-양지 1길-이화정을 돌아오는 꽃길엔 두런두런 이야기가 넘친다. 이화정 건너편에 카페 모스모 하우스가 있다. 2층에서 배밭을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문이 닫혀 있다.
혹여 4월을 놓쳤다면 초록 무성한 8월도 괜찮다. 수확을 기다리며 탐스럽게 영근 배 보는 재미가 그득하다. 배밭 사잇길은 드라이브하기도 그만이다.
걷는 것이 힘들다면 차를 마시면서 한가롭게 배꽃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몇 곳 있다. 성환읍 동민목장은 배밭 한쪽을 카페로 꾸민 곳이다. 주인장이 수집광인 듯 다듬이돌과 맷돌 절구공이 절구통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우리네 옛 생활 도구들이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게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이 많은 옛것을 어디서 다 모았을까 싶을 만큼 많다. 손님은 정원에 자리 잡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배밭을 바라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안채와 별채로 나뉘어 있는 건물을 오가는 재미와 수집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바람 불면 배꽃 단내가 찻잔에 담겨 온다.
직산읍 카페 배나무숲도 편안하게 손님을 맞는다. 유리로 치장한 건물이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을 연출한다. 60년이 넘은 배나무가 하늘을 가린 정원에서 사람들은 차와 담소를 즐긴다. 배꽃이 찻잔에 떨어져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수확을 앞둔 여름엔 머리 위로 탐스런 열매가 달린다. 나는 갈 때마다 습관처럼 배생강차만 마시고 오지만 향 좋은 커피와 여러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해가 지면 배밭 건너편으로는 노을이 뜬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카페를 나와 도로 따라 걸으면 배 농장이 차례로 나타난다. 동네가 모두 배밭이니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좋겠다.
천안은 바다가 없는 대신 호수가 많다. 멀리서 성환까지 왔다면 아름다운 카페 나들이도 빼놓을 수 없다. 신정호 성성호 쌍용저수지 천흥저수지 등 호수 주변에 자연발생(?)으로 들어선 카페들은 천안 명물이다. 천안은 호두과자와 단팥빵 등 팥고물 응용한 빵 공장이 많은 곳이다. 빵이 발달해서인지 베이커리를 겸한 특색 있는 카페도 많다.
수변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조용하고 운치 깊은 목천읍 용연저수지, 물가에 카페 숨이 있다. 정원이 아름다운 ‘숨’에서 숨을 달랜다. 30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숨은 용연저수지 수질 보호를 위해 커피머신을 사용하지 않는다. 잘 내려 밀봉한 커피를 용기에 담아 잔과 함께 갖다 주는데, 남은 커피는 가져갈 수도 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꽃과 화분, 수목으로 장식된 정원은 힐링 장소로 그만이다. 정원 한 편에는 자그마한 비닐하우스가 있고 그 안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비 오는 날 비닐하우스 안에 앉아서 느긋하게 차 마시는 여유를 누려봄 직하다.
카페 안에는 주인장이 디자인한 우리 옷이 실내장식인 듯 걸려 있다. 이재린 대표는, 의류는 판매도 하지만 자신의 사이즈에 맞게 즉석 주문할 수도 있다고 한다.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숨은 매일 아침 직접 만든 빵을 카페에 배달한다.
오르엘크리스털 카페도 정원이 예쁘다. 유리돔 안에서 차와 함께 장인이 만든 마늘빵을 맛볼 수 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카페 핀스(PINS)도 좋다. 식사와 구미가 당기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날 수 있다.
이화원 정자. 왕지봉배꽃길 걷기 대회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카페 배나무 숲. 배가 열린 나무 사이로 테이블이 놓여 있다.
8월의 배나무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