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선 짜기

by 명진 이성숙

대충대충 동선 짜기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만 명확하다. 동선은 결국 반만 정리한 채 떠났다.

동선을 짜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저토록 방대한 대륙을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섭렵할 수 있을까.

나는 일단 가고 싶은 곳을 지도 위에 표시했다. 기착은 리스본으로 일찌감치 정해 두었으니 리스본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나아간 후 항공으로 리스본으로 돌아올 것인지, 시계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서 리스본을 마지막 여행지로 삼을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한다면 항공료를 줄일 수 있어 좋긴 한데 그 시계방향의 동선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일정 중간에 지중해 크루즈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때문이다’라고 쓰고 보니 어감이 좋지 않다. 지중해 크루즈가 여행을 방해하는 것처럼 들리니 말이다. 설명을 보탠다. 편도 승선이 가능했다면 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데 문제없을 텐데 라운드트립만 가능했다. 바르셀로나 출발하여 다시 바르셀로나로 와야 하는 것. 때문에 항구에서 멀리 갈 수가 없었다. 야튼 ‘때문이다’가 주는 부정적 느낌을 바꾸기 위해서 음… 뭐가 좋을까. 나는 내 기억의 편리와 동선관리를 위해서 지중해 전후를 나누기로 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1부, 지중해 크루즈 2부, 하선 후 리스본으로 돌아올 때까지를 3부.

60일 전체 일정으로 보면 직선으로 갔다 항공으로 날아오는 게 된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내 여행 동선은 남북으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동쪽으로 진행했다! 중요한 포인트 하나! 지그재그로 다녔지만 하나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장기 여행 계획자라면 나는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한 도시에 숙소를 정한 후 주변도시를 돌아다니는 것. 무거운 가방을 매번 옮기지 않아서 좋고 가벼운 배낭이나 핸드백만 들고나갈 수 있으니 현지인처럼 가벼운 외출 기분을 낼 수 있어 좋다.

내게 배낭여행을 권한 사람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아니다. 2, 30대 청년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여행이지만 스스로 중년이라 생각한다면 배낭여행은 무리다.

허술하지만 동선을 짜고 어디를 다녀올지 생각하는 동안 나는 엄청나게 똑똑해졌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믿음으로 관심 있는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대학 논문을 쓸 때 보다도 더 많은 자료를 검색한 듯하다. 모쪼록 좋은 여행을 하게 될 테지.

포르투갈 리스본을 항공 인-아웃으로 잡았으므로 리스본 공항에 내린다. 리스본은 귀국 전 마지막 여행지로 남겨두었으므로 공항에서 바로 포르투로 향한다. 북부의 포르투를 본 후 장거리 기차를 타고 남부 알부페이라로 간다.

알부페이라에서 버스로 스페인 세비야로 넘어간다. 세비야를 기점으로 스페인 남부를 돌아보고 마드리드에서 하루를 머문 후 북부도시 산탄데르와 빌바오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내려온다. 바르셀로나 당일치기 여행 후 크루즈 승선하여 일주일을 보낸다.

사실 내가 정리한 일정은 이 정도다. 크루즈 하선 이후는 거의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결정하며 다녔다. 가령, 크루즈 하선 후 바르셀로나에서 파리로 갈까 리옹으로 갈까, 아님 가까운 스위스 먼저 갈까, 하는 결정을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하는 식이었다. 많은 자료 검색 운운한 것도 실은 2부 여행까지다. (여기까지 하는 데에 만도 한 달 이상 썼다.)

결국 파리로 가기로 했다. 내가 행선지를 결정하는 방식은 경제적 거리감이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곳, 더 보고 싶은 곳을 먼저 보는 것이었다. 오래전 파리를 다녀왔지만 주마간산으로 지나다녀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파리로 가자.

파리에서는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다녀오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여행 전 계획은 여기까지다.

1부 여행 경로.


2부 여행 경로(서지중해 크루즈)
3부 여행. 희망 목적지만 표시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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